[중앙일보] 입력 2021.03.1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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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앞으로 한국과 긴밀히 협의해서 (중국 관련) 도전과제들을 극복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방한 중인 블링컨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이날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 “(중국과 관계는) 적대적, 협력적, 경쟁적 관계라는 복잡성이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중국과의 관계가 ‘적대·협력·경쟁 관계’라는 생각은 이미 블링컨 장관이 지난 3일(현지시간) 외교정책 연설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는 당시 “중국과 관계는 경쟁해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고, 협력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며, 적대적이어야 한다면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록 협력을 언급했지만, 중국 인권 문제를 언급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21세기에 가장 큰 지정학적 시험”이라고 정의하면서 대중국 강경론을 펼친 연설이었다.
결국 미국 측은 중국에 대한 강경론이 배경에 깔린 발언을 하며 “한국과 협의해서 극복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것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2 2 회의 후 중국에 대한 미국 측의 발언보다 수위는 낮아졌지만, 대중 압박을 핵심으로 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이 동참하라는 미국의 기본 입장은 그대로라는 것을 보여주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한·미 외교·안보 수장이 참석한 2 2 회의 후 “중국이 약속을 일관되게 어겼다” 등 중국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다만 미국 측은 문 대통령에게 “한·중 관계도 복잡한 측면이 있다는 걸 이해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선 문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실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한·미가 공동의 포괄적 대북전략을 마련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다. 미국 측은 “대북 정책 검토 과정에서 열린 자세로 동맹국인 한국과 계속해서 긴밀히 소통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 측과 만나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비핵화’를 번갈아가면서 사용했다. 북한 비핵화는 북한만의 핵 폐기를 말하는 데 반해,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비핵화와 함께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고 있는 핵우산의 폐기도 포괄하는 개념이라는 시각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일관되게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두 장관 접견 모두발언에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했지만, 비공개로 진행된 대화 중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썼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다.
강 대변인은 “접견에서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 인권에 대해서 한·미 양국은 관심을 공유하고 있다”며 “우리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 관심과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우선 해결해야될 일이 많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증진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2+2 회의’ 공동성명에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내용이 빠진 데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비핵화에 대해서 논의를 안했다거나 비핵화를 추진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고, ‘북한에 대해서 완전히 조율된 전략을 추진한다’ 라는 표현에 (비핵화 내용이) 함축된 것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해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번영에 매우 중요하고, 한·미·일 협력에도 굳건한 토대가 되는 만큼 양국 관계의 복원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측은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 등에서 한·일 관계 복원을 줄곧 언급했지만, 미국 측 인사를 만나 공식적으로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美 “한국과 협의해서 중국 관련 과제 극복할 것”…“대중 압박 동참하라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