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우 조종사의 손자’인 F-15K 조종사가 시타
- F-15K 편대, 잠실야구장 상공 기념비행…“비행음에 놀라지 마세요”
[더코리아뉴스 이상원 선임기자] 현충일인 6월 6일(금), 6·25 전쟁 참전 조종사가 마운드에, 현직 조종사가 타석에 서는 뜻깊은 장면을 보여주었다.
공군 군악대원들이 트럼펫으로 호국영령께 대한 묵념곡을 연주하고 있는 모습.
이날 오후, 서울시 송파구 서울종합운동장 야구장(이하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2025 KBO리그 두산베어스 대 롯데자이언츠 경기에 6·25 참전 조종사인 김두만 장군(예비역 공군 대장, 98세)이 시구자로, F-15K 조종사 강병준 소령(33세)이 시타자로 나섰다. 김 장군은 1927년에 출생해 올해 98세이다.
강 소령의 할아버지는 故 강호륜 장군(예비역 공군 준장, 1925~1990)으로, 김두만 장군과 함께 전장을 누빈 참전 조종사다. ‘참전 조종사’가 던진 공을 ‘동료 참전 조종사의 손자인 현직 조종사’가 받아치게 된 것.
1948년 학사사관 3기로 임관한 故 강호륜 장군과 1949년 학사사관 5기로 임관한 김두만 장군은 공군 창설기를 함께한 선·후배 조종사였고, 전장을 함께 누빈 전우였다. 두 사람은 여의도, 제주, 사천, 강릉기지에서 함께 근무했으며, 전시에는 한국 공군 최초 단독출격작전, 지리산 공비토벌작전 등을 함께 수행하기도 했다.
故 강호륜 장군은 1948년 미군으로부터 L-4 항공기를 인수해 서울 상공을 최초로 비행했을 때 임무 조종사 중 한 명이다. 6·25 전쟁이 발발하자 우리 공군은 美 공군의 F-51D 무스탕 전투기를 급히 인수하게 되었는데, 강 장군은 F-51D 도입요원 10인 중 한 명으로 선발돼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들은 단 한 번의 전투기 탑승 비행훈련만 마치고 전투기들을 조종해 대구기지로 돌아왔다. 강 장군은 전쟁 중 평양 대폭격작전 등 총 78회 출격했다. 정부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해 을지무공훈장, 충무무공훈장 등을 추서했다.
공군 군악대 박혜진 중위가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
김두만 장군은 6·25 전쟁 시 102회 출격한 참전 조종사로, 대한민국 최초 100회 출격을 기록했다. 공군 작전사령관, 제11대 공군참모총장 등을 역임한 김 장군은 정부로부터 그간 공로를 인정받아 을지무공훈장, 은성충무무공훈장 등을 받았고, 6·25 전쟁 10대 영웅으로도 선정됐다. 현재도 김신장군기념사업회장을 맡아 공군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중요한 가교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날 시타에 나서는 강 소령은 할아버지의 길을 좇아 전투 조종사가 되어 영공방위 최일선에서 국가와 국민을 지키고 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태어났기에 할아버지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할머니와 아버지로부터 들은 할아버지의 무공과 활약상은 마치 운명처럼 강 소령을 조종사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강 소령은 2015년, 공군 학군사관 42기로 임관해 고된 비행교육과정을 마치고 할아버지처럼 ‘빨간 마후라’를 목에 둘렀다. 현재는 공군 제11전투비행단 제102전투비행대대에서 3편대장으로 영공방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강 소령은 2021년 레드플래그 알래스카 훈련에 페리 조종사로 참가했고, 주변국 항공기의 KADIZ 무단진입 시 여러 차례 출격해 전술조치를 실시한 뛰어난 조종사다. 2020년 국군 전사자 유해 송환 시 조국으로 돌아오는 호국영령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엄호비행을 맡았던 적도 있다.
강 소령이 속한 제102전투비행대대는 6·25 전쟁에 참전했던 공군 핵심 비행대대 중 하나다. 102대대는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제12전투폭격대대로 창설되었으며, 1953년 지금의 이름으로 개칭되었다. F-51D, F-86, F-5 등 당대 최신예 기종들을 운용했던 이 대대는 2007년부터 동북아 최강이라 불린 F-15K 전투기를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한편, 이날 시구·시타에 앞서 현충일을 맞아 경기장 내에 ‘호국영령께 대한 묵념’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때 공군 군악대가 장내에서 직접 트럼펫 연주를 한다. 이어지는 애국가 역시 공군 군악대 박혜진 중위가 부른다.
시구·시타가 끝나면 F-15K 4대로 구성된 편대가 잠실야구장 상공을 저공으로 지나는 기념비행을 실시한다. 이 기념비행은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며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있는 공군 조종사들의 헌신을 기리는 의미를 담는다. 아울러, 강력한 힘으로 한반도 상공을 묵묵히 지키는 공군이 있기에 국민의 일상이 영위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시구와 시타에 나서는 김 장군(가운데)와 강 소령(왼쪽).
두산베어스의 마스코트 철웅이가 시구에 나서는 김 장군에게 경례하고 있는 모습.
시구하고 있는 김 장군. 제11대 공군참모총장을 역임한 김 장군은 6·25 전쟁 당시 총 102회 출격한 참전 조종사로, 대한민국 최초 100회 출격을 기록했다.
시타를 위해 타석에 서 있는 강 소령. 제11전투비행단 제102전투비행대대에서 3편대장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강 소령은 2020년 국군 전사자 유해 송환시 조국으로 돌아오는 호국영령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엄호비행을 맡은 바 있다.
공군의 F-15K 전투기 4대가 6월 6일(금) KBO 프로야구 경기가 진행되는 잠실야구장 상공을 기념비행하고 있다. 공군 관계자는 “한반도 상공을 묵묵히 지키는 공군이 있기에 국민의 평온한 일상이 영위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최초 100회 출격을 달성한 김두만 장군.
제11대 공군참모총장 재임 당시 김두만 장군.
L-4 항공기의 서울 상공 시위비행(1948.9.15.). 故 강호륜 장군은 이 시위비행 조종사 중 한 명이었다.
미군 F-51D 인수를 위해 주일미군기지에서 비행교육을 받고 있는 故 강호륜 장군(앞열 왼쪽에서 세번째).
김두만 장군과 강병준 소령이 함께 찍은 사진.
기념비행 . 공군의 F-15K 전투기 4대가 6월 6일(금) KBO 프로야구 경기가 진행되는 잠실야구장 상공을 기념비행하고 있다. 공군 관계자는 “한반도 상공을 묵묵히 지키는 공군이 있기에 국민의 평온한 일상이 영위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더코리아뉴스 disf@disf.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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