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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해군이 운용 중인 헬리콥터 모함이다. 1997년 취역할 당시에는 해리어가 탑재된 항공모함이었으나 2006년에는 해리어가 노후되어 모두 퇴역했고, 이 배에서 운용가능한 고정익 함재기는 사실상 없기 때문에 항공모함이 아닌 헬리콥터 모함으로 분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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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현역으로 운용되고 있는 항공모함 중 세계에서 가장 작은 함선이며, 현재뿐 아니라 항공모함이란 함종이 등장한 이래 건조된 정규 항공모함 중에서 가장 작다. 단적인 예로 2차대전 발발 전 조약 시기에 건조된 일본의 경항공모함 류조가 기준배수량 10,600톤급으로 만재 배수량 기준으로는 차크리 나루에벳보다 컸으며, 어지간한 호위항공모함도 차크리 나루에벳과 동급이거나 그보다 더 큰 수준이다. 그나마 제2차 세계 대전 초기의 어벤저급 호위항공모함이 만재배수량 9,100톤으로 차크리 나루에벳보다 작아서, 역사상 가장 작은 항공모함이라는 칭호가 붙는 것만은 면했다. 대신 역사상 2번째로 작은 항공모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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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가 차크리 나루에벳, 아래는 재래식 항공모함 중 가장 큰 미국의 키티호크급 항공모함이다.

키티호크급이 엄청 커서 차크리 나루에벳이 나룻배로 보일 지경이다.

 

 

이렇게 작아진 이유는 이 함선이 만재배수량 17,000톤이 약간 안 되는 스페인의 프린시페 데 아스투리아스급을 다시 축소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해군의 독도급 강습상륙함이나, 그보다 더 작은 일본 해상자위대의 오오스미급 수송함보다도 작다. 농담이 아니라 공식적으로는 구축함으로 분류되지만 순양함급의 만재배수량을 가진 줌왈트급 스텔스 구축함의 만재배수량보다도 작다. 심지어는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도 이놈보다 더 큰 만재배수량을 가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추측된다고 하는 것은 공식적인 만재배수량은 차크리 나루에벳보다 조금 작지만 이것이 축소 발표된 것이라는 시각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이런 조그마한 크기 덕분에 한국 밀덕들 사이에선 차크리 나룻배란 별명으로 불린다.

 

원래 태국 해군은 항공모함을 지를 생각이 없었다. 태국 같은 지역국가에게 항공모함은 사치라는 건 본인들이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원래 태국은 시암만 및 주변 해역 EEZ 순찰 및 작전을 위해 약간의 헬리콥터 운용이 가능하고 유사시 상륙 및 수송함으로도 쓸 수 있는 LPD를 도입하고자 했다. 그래서 해당 분야에서 가장 네임드인 스페인의 바산 조선소에 LPD를 의뢰했다.

 

그런데 바산 조선소에서는 군의 보증을 얻어서 역제안을 했다. LPD가 아닌 자국의 프린시페 데 아스투리아스급을 축소한 항공모함을 제안한 것이다. 가격 차이도 태국이 예상한 LPD 건조 예상금액보다 크게 안 높은 3억 3,600만 달러이며, 무엇보다 해리어 전투기 일부를 덤으로 주겠다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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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이 제시한 항공모함 스펙은 그리 좋은 건 아니었다. 최대속도 25.5knot/h, 순항속도 17.2knot/h는 항공모함으로선 심각하게 느린 속도였다. 항공모함으로서 가장 중요한 운용 함재기도 고정익기와 회전익기를 다 합쳐서 20기가 채 못 되었다.

 

그러나 큰 차이가 없는 가격에 LPD에서 항공모함으로 함급이 업그레이드되고, 함재기도 공짜로 준다니까 태국은 눈이 뒤집혀져서 검토 끝에 이 역제안을 받아들였다. 사실 항공모함다운 스펙은 아니었지만 태국이 일반적인 스펙의 항공모함이 필요한 수준도 또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태국의 기대는 매우 커서 차크리 나루에벳이라는 함명까지 내정했다. 차크리 나루에벳은 태국어로 위대한 차크리 왕조라는 뜻이다. 그리고 차크리는 바로 현재 태국의 왕조명이다. 태국 국왕이 가지는 정치적 위상을 생각하면 엄청난 상징성의 함명을 부여한 것이다. 군함이라는 특성도 무시하고 너무 상징성을 크게 넣은 감도 있다. 이 배가 가라 앉으면 차크리 왕조가 가라앉았다는 엄청난 의미가 되어 버리니... 그런 만큼 함선에 군주 이름, 국가 이름을 붙인다는 건 해당 해군의 상징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지운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인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실 이 배는 취역 당시 주요 시스템과 무장을 탑재하지 않은 상태였다. 왜냐? 계약서에 애당초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스페인이 사기친 건 아니고, 당시 태국 정부는 무장까지 한 번에 주문했다간 태국 경제력으로 좀 버거워서 배만 우선 갖추고 무장은 취역 이후에 국가 예산을 새로 편성하여 장착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1997년 취역 직후에 아시아 경제 위기가 터지면서 국가 경제가 나락에 빠졌다. 당연히 태국 정부의 예산 삭감크리로 주요 시스템과 무장은 갖추지 못했다. 그래서 챠크리 나루에벳은 그 흔한 자함방공용 CIWS도 안 달려서 디코이로 땜빵해야 했다. 그러자 이건 너무 심하다 싶은 태국 해군이 방공무기를 달긴 했는데 문제는 그 방공무기라는게 고작 다음과 같다.

12.7mm 중기관총 2정

미스트랄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6연장 발사기 3기

다른 나라 항공모함이 시 스패로우와 같은 중/단거리 함대공 미사일 런처를 갖추고, 그렇지 못해도 RAM이나 2~30mm CIWS를 운용하는 걸 생각하면, 얼마나 방호능력이 형편없는지 알 수 있다. 구닥다리 스틱스 1발 날아와도 요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물론 항공모함의 자체 방어 능력이 부족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특히 항공모함은 항공기 운영에 집중해야 하므로 본격적인 광역 방공 능력까지 갖추기는 무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호위 함정들이 보완해주면 문제는 해결된다. 강력한 호위함들이 항모를 지켜주고 항모는 전투기만 잘 날리면 되기에 이론적으론 항모에 무장이 필요가 없다. 그러나 태국 해군에서 호위함정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함정들이 미국의 대잠 호위함이었던 녹스급 호위함 2척과 중국에서 건조한 장후이급의 수출형 모델인 나레수안급 2척 정도였다는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최근 개수를 통해 나레수안급이 MK.41 VLS를 장비하면서 ESSM을 운용하기 때문에,이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스페인이 태국에 제공한 해리어는 바로 최초 양산형이었다. 이는 스페인이 당시 최신형 해리어인 해리어 II를 도입하면서 폐기 처분하려던 기체였다. 역시 스페인이 사기친 건 아니고, 태국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항공모함이란 단어에 흠뻑 빠져있었고 어차피 함재기를 공짜로 주는 것에 감지덕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러다보니 기껏 도입한 함재기는 너무 구식에다가, 그나마 운용이라도 되면 다행인데 워낙 오래되다 보니 부품을 구할 길이 없어서 운용조차 못 하고 있다. 애초부터 이 함재기가 영국과 미국에서는 일찌감치 박물관에 전시되어 관람비나 벌어들이는 상태다. 즉 사실상의 작전 행동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함재기를 사오자니 함재기의 가격이 비싼데다 태국 정부가 함재기들을 도입할 만한 재정이 부족해서 할수가 없었다. 그래서 거의 전시용으로만 쓰다가 2006년에 전량 퇴역시켰고 덕분에 이 배는 헬리콥터만 운용하는 반쪽짜리 항모가 되고 말았다.(...)

 

뒤늦게 태국에서도 우리가 이걸 왜 샀을까!하고 한탄하며 경제위기에 처한 나라 재정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외국 판매를 시도했다. 대상은 당시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된 항공모함 운용이 가능했던 인도였다. 그러나 인도군마저 검토 끝에 그냥 러시아에서 퇴역 항공모함 사오는 게 나을 듯. 이건 영 아니네요.라는 결론과 함께 거절하면서 매각 무산.[4] 인도는 비크란트의 퇴역으로 인한 공백을 러시아와 협상을 통해 키예프급 항공모함 4번함인 아드미럴 고르쉬코프함을 비크라마디티야함라는 이름으로 도입하기로 결정, 2014년부터 현역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결국 아직까지도 태국 해군 소속으로 잘 정박 중이다.

 

이를 가리켜 정부 레벨에서의 충동구매는 역시 하면 안 된다는 짤막한 평이 나왔다.

 

태국 해군의 기함으로, 함선 내부에는 왕실 전용 선실이 있다. 해군 총기함이니 당연하겠지만, 덕분에 왕실 전용 호화요트라는 비아냥에 한몫하고 있다. 사실 자체 능력 부족 및 호위함대의 부실, 여기에 지상군과 공군 증강 필요성으로 인한 예산 부족 때문에 전쟁용으로는 도무지 쓸 데가 없다 보니 틀린 표현도 아니다. 태국 언론에서도 도입 직후에 Thai-tanic이라는 별명을 붙였을 정도다.

 

2003년 캄보디아와의 분쟁이 일어났을 때는 캄보디아 내 자국민 구출과 함께 무력시위에 나섰고, 캄보디아는 쫄았다. 사실 태국이 문제가 많은 이 배를 무리해서 구입한 데에는 "이 지역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건 우리나라다"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으니, 이 점을 들어 단순한 돈지랄은 아니었다는 주장도 있긴 하지만 캄보디아 같이 세계 최빈국에 목소리 낼 힘도 없는 국가를 대상으로 무력시위 벌이는 것 정도는 이런 나룻배가 없어도 충분히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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