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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균 |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입력 2021-02-20 16:04수정 2021-02-2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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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2월 사보를 통해 공개한 상륙공격헬기 콘셉트 아트. [사진 제공 · 한국항공우주산업]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2월 사보를 통해 MUH-1 마린온 상륙기동헬기를 개조한 상륙공격헬기 콘셉트 아트(concept art: 완성 전 개념도)를 처음 공개했다. KAI는 “국내 상륙공격헬기 연구개발에 필요한 기간을 약 46개월로 예상한다”며 “성능이 검증된 MUH-1 마린온 상륙기동헬기를 기반으로 하는 작업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에 개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KAI가 공개한 상륙공격헬기는 엄밀히 말해 ‘공격헬기(Attack Helicopter)’가 아닌 ‘무장헬기(Armed Helicopter)’다. 애초에 공격헬기로 설계한 모델이 아니라 기동헬기에 무장을 장착한 기체라는 얘기다. 마린온 헬기에 무장과 일부 센서만 추가한 버전이어서 KAI 측 주장대로 개발 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

 

‘공격헬기’ 아닌 ‘무장헬기’

 

콘셉트 아트 속 무장헬기는 마린온 동체에 무장 장착용 날개를 설치한 형태다. 여기에 ‘천검’ 대전차 미사일 4연장 발사기 2기, 2.75인치 로켓 19연장 발사기 2기, ‘신궁’을 개조한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4발을 달았다. 기수(機首) 하단엔 20mm 기관포 포드를 장착했다. 이런 무장헬기의 성능은 공격헬기인 AH-64E 아파치 가디언이나 AH-1Z 바이퍼보다 떨어진다. 반면 가격은 거의 차이가 없다. 상당수 군사 전문가들이 무장헬기 도입에 부정적인 이유다.

 

그럼에도 방위사업청과 합동참모본부는 마린온 무장헬기를 밀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연구개발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합동군사전략목표기획서(JSOP)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도입 시기를 마린온 무장형 개발에 맞춰 미루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방위사업청은 마린온 무장헬기의 성능이 AH-64E나 AH-1Z와 비교해 뒤처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일부 성능은 오히려 우수하다고도 했다. 안타깝게도 수리온은 동급 기동헬기 중에서도 성능이 떨어진다. 여기에 무장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미군의 최신 공격헬기 이상의 성능을 지닐지 의문이다.

 

애초에 마린온 무장형은 공격헬기가 아니다. 공격헬기의 시초는 미국이 개발한 AH-1G다. 베트남전쟁 당시 UH-1 헬기에 무장을 장착해 ‘건십(gun ship)’으로 쓰다 성능의 한계를 느껴 개발했다. 기동헬기에 무장만 추가한 건십은 기동성이 떨어졌다. 정면에서 헬기를 바라보면 2인 좌석이 병렬 배치된 모습이다. 전체적으로 넓적한 형태다. 피탄 면적은 넓고 조종사의 시야는 좁아 쉽게 격추됐다. 이 때문에 미국은 무장헬기를 포기하고 전용 공격헬기를 개발한 것이다. 이후 거의 모든 국가는 AH-1G와 같은 공격헬기를 개발했다. 마린온 무장형 도입은 미국이 실전을 통해 얻은 교훈을 무시하고 과거로 퇴행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마린온 무장형이 기체 자체의 한계를 극복할 정도로 우수한 탐지·공격 능력을 갖출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NO’다. 현존 공격헬기의 성능을 살펴보자. AH-64E 아파치 가디언은 ‘육군의 미니 조기경보기’로 불릴 만큼 성능이 우수하다. AN/APG-78 롱보우 레이더를 이용해 8km 거리에서 256개 표적을 식별할 수 있다. 이 가운데 16개를 동시에 추적, 공격하는 것이 가능하다. 최근 성능 개량으로 탐지 거리가 2배 이상 늘고, 탐지·추적 정밀도도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데이터링크를 통해 무인기와 실시간 협동 작전도 할 수 있다.

 

시대착오적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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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AH-64E 아파치 가디언(왼쪽)과 AH-1Z 바이퍼 헬기. [뉴시스, 사진 제공 · 미국 해군]

 

 

AH-1Z 바이퍼는 아파치 가디언보다 우수한 AN/AAQ-30A 전자광학·적외선 표적 조준 시스템을 탑재했다. 10km 거리의 표적을 정밀 추적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파치와 동일한 롱보우 레이더도 장착할 수 있다.

 

무장 능력도 아파치 가디언과 바이퍼가 마린온 무장형보다 우수하다. 성능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전망이다. 마린온 무장형의 핵심 무장은 한화디펜스의 천검 공대지미사일이다. 광섬유를 이용한 유선 유도 방식을 채택해 사거리는 8km, 비행속도는 200m/s 이하다. 2020년대 도입할 공대지미사일치곤 성능이 너무 초라하다. 최근 배치 및 개발 중인 공대지미사일의 사거리는 야전 방공 체계의 급격한 발전에 대응하기 위해 20km 이상으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기존 AGM-114 헬파이어 미사일을 대체할 차세대 공대지 무기 LRPM(Long-Range Precision Munition)을 개발 중이다. 목표 사거리는 30~40km이다. 러시아는 Ka-52K와 Mi-28NE 공격헬기 탑재용으로 사거리 20km 이상인 헤르메스(Hermes) 공대지미사일을 배치하고 있다. 영국은 아예 사거리 20km급 브림스톤 II(Brimstone II) 미사일을 기반으로 사거리 100km에 달하는 스피어 III(Spear III)를 개발했다. 해당 미사일 모두 표적에 도달하기 전 격추를 피하고자 300m/s 안팎의 빠른 비행 속도를 보인다. 천검은 사거리와 속도 면에서 모두 열세다.

 

최근 선진국들은 공격헬기의 성능 향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격헬기·드론의 유기적 운용 능력 개발이 대표적이다. 드론과 연계한 협동교전 능력을 부여하거나 아예 공격헬기에 자폭형 군집드론 운용 능력까지 추가하고 있다. 아파치 가디언이 그렇고, 현재 개발 중인 미 육군의 FARA(Future Attack Reconnaissance Aircraft)가 그렇다. 마린온 무장형이 드론 협동교전 능력을 갖추려면 전용 드론과 지휘통제·네트워크 시스템을 추가로 개발해야 한다. 얼마나 많은 예산과 시간이 더 소요될지 모른다.

 

美 육군 ‘FARA’ 선정 주목해야

 

 

한국 해병대 항공단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밀집 방공망을 가진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 그만큼 해병대 항공단의 공격헬기는 우수한 센서 능력과 생존성, 강력한 화력을 갖춰야 한다. 마린온 무장형은 이런 성능 면에서 경쟁 기종인 아파치 가디언이나 바이퍼의 상대가 안 된다. 마린온 무장형도 아군의 다른 자산과 협동 운용하면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지 모른다. 다만 해병대 항공단은 적지 후방에서 고립작전을 수행해야 한다. 독자 생존성이 낮은 무장헬기를 배치해선 안 된다.

 

군 당국이 해병대에 최고 공격헬기를 도입할 의향이 있다면 현실적 선택지는 두 가지다. 첫째는 미군의 최신 아파치 가디언 개량형을 직구매하는 방식이다. 둘째는 현재 미 육군이 진행 중인 FARA 선정 과정 및 결과에 주목하는 것이다. 미국이 구상하는 FARA는 기본적으로 경(輕)공격헬기다. 스텔스 성능이 강조된 동체 설계와 차세대 동력 시스템으로 기존 헬기에 비해 우수한 공중 기동성을 갖출 전망이다. 공격·정찰 임무를 모두 수행하기 위해 개발되는 만큼 센서 성능도 우수하다. 군집드론 운용 능력도 갖출 것이다. 시제기의 초도 비행은 2023년으로 예정돼 있다. 이르면 2028년부터 양산될 전망이다. 이 사업 입찰을 두고 경쟁 중인 업체 ‘벨’과 ‘시코르스키’는 세계 각국에 파트너십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한국은 완성된 헬기를 구매하거나, 해당 사업의 파트너로 국내 면허생산에 나설 수도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상륙공격헬기 획득 시기를 2026년 이후로 미뤘다. 해병대의 상륙공격헬기는 2020년대 후반에 도입, 2030년대 이후 본격 운용될 전망이다. 같은 시기 세계 여러 나라는 스텔스·네트워크 협동교전 능력과 30~40km급 공격 능력을 갖춘 공격헬기를 보유할 것이다. 이에 발맞춰 각국의 야전 방공 시스템 능력도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 이런 시기에 군 당국은 무장헬기를 내놓는 형국이다. 미군이 50년 전 베트남전쟁 때 포기한 건십 개념을 적용한 모델이다.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