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종전선언 환상 접어야…핵·재래식 위협 제거 담보 불가능"
지난 1월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 대형방사포가 등장했다.
조현상 기자 = 최근 한국 정부 고위 관리가 또다시 거론한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해 미 전직 관리들을 포함한 워싱턴의 안보 전문가들은 아주 위험한 거론이라고 지적했다.
종전선언에 앞서 북한 핵무기 위협 제거뿐 아니라 재래식 전력의 감축과 병력의 후방 배치가 선행돼야 할 종전선언을 미-북 신뢰 구축 조치로 포장하는 것은 한국 안보만 위태롭게 만들 것이라는 비판이 다수를 이뤘다.
“미국도 종전선언에 대해 상당히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라는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의 최근 발언은 워싱턴에서 종전선언의 효력에 대한 논의와 평가가 한국 일부 관리와 미국의 안보 전문가 사이에 많은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이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발언한 뒤 7개월 만에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또다시 거론하자 미국 내 비판적인 여론이 전문가들 사이에 나온 것이다.
정 장관의 지난 21일 발언처럼 바이든 행정부가 종전선언을 진지하게 검토 중인지, 혹은 미-북 싱가포르 합의에 대한 설명에 “굉장히 동조”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 사실상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최근 여전히 “대북정책을 검토 중”이라며 “우리는 미국 정부 부처들, 가장 가까운 동맹과 파트너들, 그 외 다른 이해 당사국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통합한 조직적이고 세부적인 정책 과정을 계속 이끌고 있다”고만 답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미 정부 내부 정향에 밝은 전직 외교 당국자들은 종전선언 옵션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우선순위는 매우 낮다며, 정 장관의 발언에 한국 측 의도를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VOA 보도에 따르면 마이클 그린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은 22일 VOA에 “미 행정부와 의회 내에 종전선언에 대한 깊은 회의감이 존재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그린 부소장은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호소한 직후에도 “한국 대통령이 유엔에서 미국 의회, 행정부의 입장과 이렇게 일치하지 않는 연설을 하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미 태평양사령관 특별 보좌관을 역임한 랠프 코사 태평양포럼 명예회장도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정책 전반을 진지하게 재검토하고 있지만, 누구도 평화조약이나 종전선언 제안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며 “적어도 비핵화에 중대한 진전이 있을 때까지는 그렇다”고 내다봤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 정부의 긍정적 시각을 전하려는 듯한 정의용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참혹했던 6.25 한국전쟁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는다는 역사적 의미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면서 그 말은 곧 종전선언의 원론적 가치에 형식적으로 동조하는 목소리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 또한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어떤 행정부라도 종전선언을 고려 중이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중요한 것은 종전선언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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