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코리아뉴스 조현상 기자] 3월 6일 경기도 포천 지역에서 발생한 전투기 민가 오폭 사고는 조종사의 실수가 부른 인재로 드러났다.
주변 CCTV에 담긴 공군의 포천 민가 오폭 순간
일련의 정치적 역경 속에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탄핵 정국으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지속되고 국방부 장관과 주요 군 지휘관들이 줄줄이 기소되는 혼란한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군기가 살아있어야 할 일선 군부대의 기강이 느슨해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군이 10일 발표한 전투기 오폭 사고 ‘중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고를 낸 전투기 2대의 조종사들은 표적 좌표를 잘못 입력하고, 이를 3단계에 걸쳐 재확인하는 절차를 하지 않아 일어난 인재로 결론지었다.
이에 공군 수장인 참모총장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조사 결과를 아래와 같이 발표했다.
【모두발언】
◦ 우선, 지난 3월 6일(목) 발생한 전투기 오폭 사고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다시 한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크게 다치시고,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재산피해와 정신적 충격으로 고통을 겪고 계신 포천시 노곡리 주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치료 중인 주민과 장병 여러분의 빠른 회복을 기원드립니다.
◦ 공군은 사고 직후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해 비행기록장치 확인, 낙탄 현장 조사, 임무 조종사 조사, 관계관 진술 청취 등 집중 조사를 통해 사고 상황과 원인을 확인했습니다. 사고 원인은 조종사 요인, 지휘 관리·감독 요인, 사격장 임무 통제 요인으로 구분해 조사했습니다.
【사고 당시 상황】
◦ (훈련 개요) 전투기 오폭 사고는 3월 6일(목), 10시부터 포천 승진사격장에서 진행된 연합·합동 화력훈련 중 발생했습니다. 이 훈련에는 한국 공군 5개 비행부대와 육군의 12개 부대, 美 육군 드론 전력이 참가해 공중과 지상에서 실무장 사격을 실시하였습니다.
공군 전투기 13대가 5개 편조를 구성하여 참가하였는데, 각 편조는 3분 간격으로 승진사격장으로 진입하여 편조별 밀집대형으로 동시 사격을 실시하였습니다. 밀집대형 동시 사격은 표적에 화력을 집중하기 위해 동시에 무장을 투하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 편조 F-35A 2대는 플레어 120발, 두 번째 편조는 FA-50 3대가 MK-82 6발, 세 번째 편조로 KF-16 2대가 MK-82 8발, 이어서 3대의 KF-16 편조가 MK-82 12발, 마지막 5편째 편조인 F-15K 3대가 MK-84 9발을 투하했습니다(공대지 실무장 총 35발 투하).
◦ (오폭 사고 상황) 당일 오폭 사고를 낸 KF-16 전투기 2대는 훈련에 참가한 5개 편조 중 세 번째로 사격을 실시했습니다. 09시 19분 군산기지를 이륙하여, 09시 45분 대기지점(Holding Point)에 진입했고, 10시 04분에 1·2번기가 동시에 각 4발의 MK-82 일반폭탄을 투하 했습니다. 당시 전투기들의 고도는 약 1.2km, 속도는 시속 810km였습니다.
이때 투하된 폭탄들은 사격장 내 표적으로부터 남쪽으로 약 10km 떨어진 지점에 모두 낙탄되어 민간지역에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
투하 1분 후 중앙방공통제소(이하 ‘MCRC’, Master Control and Reporting Center)와 공군작전사령부 전술조치관(이하 ‘TCD’, Tactical Control Director)이 '탄착 확인이 안 됐다'며 임무 편조에 사격 실시 여부를 질문했습니다(10시 05분).
조종사들은 상호 확인 과정에서 좌표 오입력 상황을 인지하고(10시 06분), MCRC에 통보(10시 07분)한 후 군산기지로 귀환했습니다(10시 43분 착륙).
【사고 원인】
◦ 먼저 조종사 요인입니다.
- (좌표 입력 체계) 이해를 위해 좌표 입력 과정을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조종사가 지상에서 비행 준비를 하며 비행임무계획장비(이하 ‘JMPS’, Joint Mission Planning System) 컴퓨터에 좌표 등 비행에 필요한 데이터를 입력합니다. 이를 비행자료전송장치(이하 ‘DTC’, Data Transfer Cartridge)라는 저장장치에 담아 전투기 조종석 내 슬롯에 꽂으면 이 데이터들이 전투기의 임무컴퓨터에 입력되어 다기능 시현기(MFD, Multi-Function Display), 전방시현기(HUD, Head Up Display) 등에 시현됩니다.
- (비행준비 단계) 사고일 전날인 3월 5일(수) 해당 편조 조종사들은 비행 준비를 하며 다음날 실무장 사격을 위한 좌표를 입력했습니다.
1번기 조종사가 표적을 포함한 경로 좌표를 불러주고 2번기 조종사가 JMPS에 입력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표적 좌표가 잘못 입력되었습니다. (위도 XX 05.XXX을 XX 00.XXX로 오입력, 경도는 올바르게 입력) 이들은 좌표 입력이 올바르게 되었는지 재확인을 해야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확인기회 놓침
- (이륙 전 점검 단계) 사고 당일, 두 조종사는 잘못된 좌표가 포함된 데이터를 JMPS에서 DTC에 저장했는데, 2번기 DTC에는 장비 오류로 인해 데이터가 제대로 저장되지 않았습니다.
- 이에 2번기 조종사는 시동 후 조종석 내에서 수동으로 정확한 표적좌표를 입력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1번기에는 잘못된 표적좌표가, 2번기에는 올바른 표적좌표가 입력된 것입니다. 이후 이륙 전 최종점검단계에서 1, 2번기는 경로 및 표적 좌표를 재확인했으나 이때도 1번기 조종사는 입력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 확인기회 놓침
- (표적지역 진입 및 무장투하 단계) 당일 사격 전술은 밀집대형 동시 공격 전술로, 표적에 화력을 집중하기 위해 2대가 동시에 무장을 투하하는 것입니다. 이륙 후 표적 진입지점(Initial Point)까지 정상적으로 진입하였습니다. 1번기 조종사는 진입지점 이후 비행경로와 표적지역 지형이 사전 훈련때와 약간 다르다고 느꼈으나, 항공기에 시현된 비행 정보를 믿고 임무를 강행하였습니다. 또한, 정해진 탄착시각(TOT, Time on Target)을 맞추느라 조급해져 표적을 정확히 육안으로 확인하지 못했음에도 맹목적으로 “표적 확인”(“Target in Sight”) 이라고 통보하고 폭탄을 투하했습니다(10시 04분).⇨세 번째 확인기회 놓침
- 2번기에는 정확한 좌표가 시현되었지만, 조종사는 1번기와 동시 투하를 위해 밀집대형 유지에만 집중하느라 표적좌표를 벗어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1번기 지시에 따라 동시에 폭탄을 투하했습니다.
- 결론적으로, 1번기 조종사는 전 임무과정에 걸쳐 적어도 세 차례 이상 표적을 재확인해야 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 ①비행임무계획장비(JMPS)를 활용한 비행준비 과정
②비행자료전송장치(DTC)를 전투기에 로딩한 후 이륙 전 항공기 점검 과정
③사격 지점에서 표적 육안확인 과정
◦ 다음은 부대 지휘 관리·감독 요소입니다.
- 해당 부대 지휘관인 전대장(대령)은 상부 지시와 연계한 안전지시사항을 하달하는 등 전반적인 지휘관리 업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 훈련계획 및 실무장 사격 계획서 등에 대한 검토가 미흡하였고, 안전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대대장에게 위임하였습니다.
- 대대장(중령)은 실무장 연합·합동 화력훈련임을 감안하여 조종사들의 비행준비 상태를 적극적으로 확인·감독했어야 하나 일반적인 안전사항만을 강조하였을 뿐, 이번 실무장 사격 임무에 대한 세밀한 지휘감독은 미흡했습니다.
* 임무편조의 비행기록장치 확인 등을 통한 사격편조 문제점 파악, 표적브리핑 확인 절차 등 세부적 비행준비상태 확인·감독 등 (특히 사전에 실무장 계획서에 대한 임무 조종사 보고와 검토를 미시행함)
◦ 사격 임무 통제 측면입니다.
- (MCRC) 이번 실무장 사격에서 MCRC에 부여된 임무는 대기지점까지의 유도와 공역 통제, 주변항적 분리, 비행금지·제한구역 침범 방지 등이었으며, 이는 정상적으로 수행되었습니다. 임무 항공기가 대기지점을 출발한 이후부터는 MCRC가 아닌 사격장 내 최종공격통제관(이하 ‘JTAC’, Joint Terminal Attack Controller)의 통제를 받게 됩니다.
- (JTAC) JTAC은 표적 또는 항공기를 육안확인한 상태에서 조종사가 “표적 육안확인”을 통보(“Target in Sight”)하면 사격을 승인합니다. 이번 사고의 경우, 조종사가 “표적 육안확인”을 통보하였으므로 JTAC은 절차대로 이를 승인하였습니다.
【후속 조치】
◦ (재발방지 대책)
① 현재 수행중인 표적좌표 확인절차에 더해 최종공격단계 진입 전 편조 간 표적좌표를 상호 확인하는 절차와 MCRC에 실무장 전담 통제사를 지정하여 임무 편조와 표적좌표를 확인하는 절차를 추가하는 등 표적좌표 오입력에 따른 오폭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실무장 표적좌표 중복확인 절차를 보완하고 강화하겠습니다.
② 비정상상황 발생 시 조종사가 신속하게 전파하고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고체계를 점검하고 강화하겠습니다.
③ 지휘관의 관리 책임을 강화하겠습니다. 주요 실무장 임무 시 부대 지휘관에게 비행계획과 임무 결과를 대면 보고하고, 대대장(비행대장)이 브리핑에 직접 참여하여 임무준비상태 및 수행능력을 점검하겠습니다.
④ 비정상 상황에 대비하여 중첩적으로 임무를 통제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비행시현체계(ACMI DDS: Air Combat Maneuver Instrument Display and Debriefing System)와 MCRC 전담 콘솔을 운영하여 임무진행 상황을 중첩 감시하겠습니다.
⑤ 오폭 사고조사 결과를 전 조종사에게 교육하여 실무장 훈련에 대한 경각심과 책임감을 제고하고 주기적인 비정상 상황 조치훈련을 통해 대응능력을 강화하겠습니다.
◦ (피해주민 지원) 오폭 현장 및 병원에 신속지원팀과 의무팀, 상생협력팀을 파견해 식사·숙소 지원, 의료지원, 피해복구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폭 사고로 큰 피해와 고통을 겪으신 주민들이 국가배상 절차에 따라 신속한 배상을 받으시도록 포천시, 국방부 등과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 (비행 재개) 사고 직후 중단됐던 비행은 오늘(3월 10일)부터 ’25 FS 연계 비행 훈련을 포함하여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입니다. 다만, 실사격은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조치가 완료된 이후 재개할 예정입니다.
【결 언】
◦ 국민 여러분께, 특히 포천시 노곡리 주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공군은 이번 사고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다시는 이런 사고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더코리아뉴스 disf@disf.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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