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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원의 밀리터리 시크릿>

4~5t 이상 세계 최고 중량 미사일 탄두 장착

지하 100m 이상 김정은 벙커도 파괴 가능할 듯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괴물 벙커버스터’로 알려진 국산 신형 탄도미사일 ‘현무-4’(최대 사거리 800㎞)의 사거리를 300~500㎞로 줄일 경우 탄두 중량이 4~5t 이상으로 늘어나 지하 깊숙이 있는 이른바 ‘김정은 벙커’도 파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러·중 등 강대국은 물론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도 탄두중량은 500㎏~1t 수준이어서 4~5t 이상 수준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해 “세계 최고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을 성공한 것에 축하 말씀을 드린다”고 언급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지적이다. 26일 정부 및 군 소식통들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는 몇차례의 시험에 실패한 끝에 현무-4 미사일 시험에 사실상 성공했다. 현무-4 존재가 외부에 처음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 3월이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지난 3월 24일 충남 태안 안흥시험장에서 현무-4 2발을 시험발사했지만 1발은 실패했다. 그 전에도 비행거리를 줄여 시험발사했지만 실패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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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물에 정확히 떨어지고 있는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KTSSM).

현무-4도 높은 정확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식 깨는 ‘가분수 미사일’ 시행착오 끝 개발 성공

 

이는 현무-4가 무기 상식을 깨는 ‘가분수 미사일’이기 때문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경우 사거리가 길고 엔진 추력도 강하기 때문에 탄두중량이 5~10t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단거리 미사일은 엔진 추력 등을 감안해 500㎏~1t 가량의 탄두를 탑재한다. 2t 이상의 탄두를 달 경우 머리가 너무 무거운 가분수 미사일이 돼 안정적으로 비행하기가 어렵다. 정확도도 그만큼 떨어진다.

 

그럼에도 국방과학연구소가 탄두 중량 2t 이상의 ‘괴물 미사일’을 개발하게 된 것은 핵이 아닌 재래식 무기(탄두)로 지하 100m 이상 깊이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김정은 벙커’를 비롯한 북한 주요 지휘소 등 북한 지하 전략목표물들을 파괴하기 위해서다. 우리 공군은 이미 미국에서 도입한 GBU-28 ‘벙커버스터’ 정밀유도폭탄을 보유하고 있다. 걸프전 등에서 활약한 무기로 철근 콘크리트는 6m, 일반 토양(흙)은 30m 이상 관통해 들어가 폭발한다. 미국은 재래식 무기중 가장 강한 관통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GBU-57 ‘MOP’ 벙커버스터를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중량 14t에 탄두중량도 2.4t에 달해 철근 콘크리트는 강도에 따라 8~60m를 관통할 수 있다. 유사시 미군은 B-2 스텔스폭격기에 GBU-57 2발을 탑재해 북한 주요 지하시설을 폭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무기도 지하 100m 이상 깊이에 있는 북한의 일부 전략 지하시설은 파괴하기 힘들다고 한다. 개발완료 단계에 있는 B61-12 신형 전술핵폭탄은 북한의 어떤 지하시설도 파괴할 수 있지만 핵무기여서 실제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재래식 무기로 북한의 거의 모든 지하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국산 ‘괴물 미사일’을 개발하게 됐다는 것이다.

 

 

◇미 ‘벙커버스터’ 폭탄보다 위력 강해

 

국방과학연구소는 ‘괴물 미사일’ 현무-4가 정상적으로 비행해 목표물에 정확히 떨어지도록 하는 데 시행착오를 여러 차례 겪은 뒤 해결책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무-4는 원래 최대 사거리 800㎞일 경우 2t 탄두를 탑재할 수 있게 설계됐지만 사거리를 줄일 경우 탄두중량을 늘릴 수 있다. 사거리를 300~500㎞로 줄일 경우 탄두 중량이 4~5t 이상으로 증가한다. 유사시 우리 중남부 지방에서 평양을 때릴 경우 500㎞ 짜리 미사일로도 충분히 타격이 가능하다. 4~5t 이상 탄두로 평양 주석궁이나 인근 지하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 벙커를 때릴 수 있다는 얘기다.

 

현무-4의 탄두 중량이 무거운 것은 일반 고폭(高爆)탄두가 아니라 지하 관통력을 높이기 위해 텅스텐 합금 등 중금속으로 채웠기 때문이다. 무거운 탄두가 일반 폭탄보다 훨씬 높은 100㎞ 이상의 고도에서 마하 5~6 이상의 고속으로 떨어져 충돌하기 때문에 미국제 벙커버스터 폭탄보다 지하 깊숙이 들어가 파괴할 수 있는 것이다. 지구에 운석이 충돌할 때 엄청난 파괴력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무-4가 북한이 미사일 시험할 때 쓰는 방식인 고각(高角)발사로 발사해 마하 10 이상의 고속으로 충돌, 전술핵무기에 버금가는 위력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소식통은 이에 대해 “고각 발사 방식은 아니며, 웬만한 전술핵무기와 비슷한 위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다소 과장된 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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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바지선에서 시험발사되고 있는 사거리 800km 현무-2C 탄도미사일.

 

◇세종류의 탄도미사일 보유하게 된 한국군

 

현재 한국군이 운용중인 현무-2 탄도미사일의 탄두중량도 500㎏~1t이었다. 현무-4가 이를 뛰어넘는 탄두를 달 수 있게 된 데엔 지난 2017년 미사일 지침 개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미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800㎞ 미사일에 최대 2t 탄두를 달 수 있고 사거리를 줄일 경우 탄두중량을 늘릴 수 있게 해 사실상 탄두중량 제한을 철폐하는 데 합의했다. 미국의 탄두중량 제한 철폐는 우리 군 관계자들도 반신반의했던 사안이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종전 미국의 행태로 봤을 때 탄두중량 제한 철폐는 기대하기 어려웠던 사안이었다”며 “하지만 통 크게 결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을 우리가 잘 활용해 끌어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현무’는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 중 지대지 미사일에 붙는 이름이다. 북방을 지키는 수호신이라는 뜻이다. 현무 계열 미사일은 현무-2A(사거리 300㎞), 현무-2B(500㎞), 현무-2C(800㎞) 탄도미사일과 현무-3(1000㎞) 순항미사일 등이 있다. 현무-3 순항미사일은 사거리를 1500㎞로 늘릴 수도 있어 북한은 물론 유사시 중국이나 일본의 목표물도 정밀타격할 수 있다. 유사시 북한 주요 목표물에 대해선 현무-3보다는 현무-2 탄도미사일이 주로 활용된다. 현무-2가 현무-3보다 훨씬 빠르고 탄두 위력이 크기 때문이다.

 

 

◇현무-4는 김정은 도발 억제할 대량응징보복의 핵심 무기

 

현무-4는 최종 검증 단계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쯤부터 실전배치될 전망이다. 현무-4 개발로 한국군은 유사시 전술지대지 미사일(KTSSM)과 현무-2·현무-4 등 세종류의 탄도미사일로 북한 핵·미사일 기지, 지휘소, 장사정포 진지 등을 정밀타격할 수 있게 됐다. 2t 탄두를 탄 사거리 800㎞ 짜리 미사일로는 북-중 국경 인근지역에 있는 북 지하미사일 기지와 지하 군수공장 등을 파괴할 수 있다. KTSSM은 사거리가 150~200㎞로 짧은 편이지만 정확도가 1~2m에 불과할 정도로 높다. 주로 DMZ(비무장지대) 인근의 북 장사정포 갱도진지 파괴용으로 쓰인다. 군 소식통은 “현무-4 개발로 한국군은 김정은의 도발의지를 억제하는 대량응징보복(KMPR)의 가장 유력한 수단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오는 8월6일로 창설 50주년을 맞은 국방과학연구소는 우리 국산무기 개발의 총본산이다. 현무-4 외에도 극초음속 미사일 등 미래전과 북한·주변강국 위협에 대비한 전략무기를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주변강국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선 각종 전략무기를 개발해온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들의 처우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탄도·순항미사일 등 ‘비밀 전략무기’를 개발해온 연구원들은 정년(62세) 후 재취업도 어렵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북한 김정은은 ICBM에 장착되는 백두산 엔진 개발에 성공한 과학자를 업어주기까지 했다”며 “’현무-4’ 등 전략미사일 개발자들은 일종의 국가 전략자산으로 간주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