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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20만 병력의 절반 투입에도

항전에 밀려.. 장기전 전망까지 나와

젤렌스키, SNS 메시지로 전의 다져

영토방어군에 13만여명 자원 입대

러 민간시설·주택가도 무차별 공격

우크라인 198명 사망 1000여명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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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지키겠다”… 총 든 신혼부부 러시아군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가 함락 위기를 맞은 25일(현지시간) 조국을 지키기 위해 6월로 예정된 결혼식을 앞당겨 올리고 바로 영토방어군에 입대한 키예프 시의회 의원 야리나 아리에바(21)와 신랑 스비아토스라브퍼신(24)이 총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키예프=AP연합뉴스

 

 

군사력 세계 2위와 22위로 현격하게 차이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러시아의 군사력 규모와 침공 속도를 감안하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함락은 시간문제로 보였으나 러시아군은 키예프 외곽 30㎞ 지점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인들이 너나할것 없이 나서 항전 의지를 드러내면 극렬하게 저항하고 있어서다. 총이 없는 민간인들은 칼이나 망치, 화염병이라도 들고서 러시아군에 맞설 태세다. 전쟁이 장기전으로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나흘째인 27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은 동·남·북 삼면을 에워싸고 수도 키예프로 외곽 30㎞ 떨어진 지점까지 진격하며 우크라이나 숨통을 조여갔다. 우크라이나 북동부의 제2 도시인 하리코프에 진입해서는 우크라이나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이는 중이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과 남동부 베르단스크을 접수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미 CNN방송에 따르면 러시아는 키예프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에 초점을 맞춰 진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집결했던 러시아 약 20만 병력 절반 이상이 우크라이나에 투입됐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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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달라”… 탱크 앞에 선 남자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부 바흐마하에서 한 남성(동그라미 안)이 러시아군 탱크를 온몸으로 막아서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져 전 세계에 알려진 이 영상 속 남성은 탱크 위에 올라가 러시아군 전진을 막으려 애쓰고서도 탱크가 멈추지 않자 다시 탱크 앞에 무릎을 꿇고 “멈춰 달라”고 애원했다.

바흐마하=CNN 방송 캡처

 

 

그런데도 러시아군의 키예프 진입이 늦어지는 건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영상 메시지를 꾸준히 올리며 건재를 과시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는 적의 공격을 견뎌내고 성공적으로 격퇴했다”며 “조국 해방을 위해 필요한 만큼 오래 싸울 것”이라고 항전 의지를 다졌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용감함에 찬사를 보낸다”면서 “러시아군이 예상보다 더 큰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고 말했다.

 

18~60세 예비군 소집명령이 내려진 가운데 민간인들이 항전에 힘을 보태기 위해 나섰다. 우크라이나 의용군인 영토방어군(TDF)에는 이미 13만여명이 자원 입대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키예프 시의회 의원인 야리나 아리에바(21)는 신랑 스비아토스라브퍼신(24)과 결혼식을 올린 뒤 곧바로 우크라이나를 지키기 위해 국토방위군에 입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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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수도 키예프 도심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러시아의 침공과 관련한 대국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외 탈출을 돕겠다는 미국의 제안을 거부하고 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영상 캡처

 

 

키예프로 가는 길목인 외곽 마을들엔 민간인들이 나서 검문소를 세웠다. 이들 일부는 산탄총이나 러시아제 권총으로 무장한 상태라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검문소를 지키는 사람들 중 총이 없는 이들은 칼이나 망치를 사용할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키예프 시민들은 화염병을 제조하며 시가전을 준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이는 러시아가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며 “매우 효과적으로 활동 중”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 지위에 대한 협상이 물 건너가면서 이번 전쟁이 장기전이 될 수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방 관료들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키예프 진격 속도를 늦추는 데 성공했지만 러시아가 1945년 이후 유럽 최대의 군사 공세를 펴고 있어 장기전이 불가피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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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흘째인 26일(현지시간) 수도 키예프의 한 아파트 건물이 로켓 공격을 받아 큰 손상을 입은 모습.

키예프=AP연합뉴스

 

 

민간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러시아 공언에도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민간 시설과 주택가도 무차별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군이 26일 오전 기준 우크라이나에 미사일을 250발 넘게 발사했고 대부분 단거리탄도미사일이라면서 이같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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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뉴스

 

 

군인 및 민간인 사상자 수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고 있다. 인권 단체 관계자들이 피신한 데다가 전장이 확대된 탓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 공격으로 자국민 198명이 사망하고 100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은 민간인 사망자와 부상자 수를 각각 최소 64명, 176명으로 추산했다. 또 우크라이나인 15만여명은 폴란드, 몰도바 등 이웃 국가로 건너가 난민 신세로 전락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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