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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들 속속 귀국, 자원군 입대

전직 대통령 포로셴코도 방위 나서

美·獨·네덜란드 등 잇따라 무기지원

러, 키예프 함락 2시간 예측 빗나가

국경 배치 15만 병력 중 절반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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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한 아파트 건물이 로켓 공격을 받아 외벽 일부가 떨어져나갔다. AP연합뉴스

 

 

[서울경제]

“나는 대피가 아닌 탄약이 필요하다.”

 

26일(현지 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의 피신 권고를 거절하며 이같이 결사 항전 의지를 다졌다. 방탄복을 입은 대통령과 함께 시민도 똘똘 뭉치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격렬한 저항에 러시아도 당황한 기색이다. 수도 키예프로의 진격이 늦어지자 우크라이나로 병력을 추가 투입했다.

 

이런 우크라이나의 항전에 미국과 유럽도 최고 수위의 제재안을 빼 들었다. 당초 독일 등이 미온적이었던 ‘달러 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러시아를 퇴출시키기로 한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제재에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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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상황을 보면 러시아의 계획이 일그러지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의 강한 저항과 병참의 어려움으로 러시아군이 계획대로 진군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많은 사람이 2시간이면 키예프가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하지만 러시아군이 키예프의 북서쪽 외곽 도시인 고스토멜과 동부 거점 도시 하리코프를 장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진격이 예상보다 늦어졌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크라이나군은 키예프로 이어지는 일부 도로와 철로를 폭파해 러시아군의 진군 통로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러시아의 협상 제안에 “조건이 터무니없다”며 협상 결렬을 발표한 우크라이나는 결사 항전의 의지로 맞서고 있다. 페트로 포로셴코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방위군과 소총을 들고 키예프 거리를 순찰하며 “나라를 지킬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시민들에게 화염병을 만들 것을 촉구하자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주부 등 여성들이 화염병을 만드는 모습이 포착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외에서 귀국한 지원병을 포함해 수천 명의 예비군이 자원군으로 등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영국·캐나다가 이날 “일부 러시아 은행을 SWIFT에서 배제한다”고 밝힌 것도 키예프 함락만은 막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SWIFT는 전 세계 은행 및 금융기관 1만 1000여 곳이 결제 주문을 주고받기 위해 사용하는 이른바 ‘달러 결제망’이다. SWIFT에서 최종 퇴출되면 러시아 은행은 해외 거래가 막히고 수출 대금을 받지 못한다. 독일과 네덜란드 등 러시아와 원유·가스 거래가 활발한 유럽 국가는 자국 경제에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SWIFT 퇴출에 회의적이었다. 미국 역시 러시아가 SWIFT의 대안으로 중국의 ‘위안화 국제결제시스템(CIPS)’ 사용을 가속화할 수 있다며 결정을 미뤄왔지만 실효성 있는 러시아 제재를 위해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급 인사를 직접 제재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특히 미국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자로 푸틴 대통령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지목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의 공식적인 연간 소득은 약 14만 달러(약 1억 6800만 원)”라며 이번 조치의 실질적 효과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서방이 러시아 수뇌부를 직접 겨냥했고 러시아도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직접 제재는 “파탄으로 가는 길”이라고 발끈한 바 있어 러시아를 심리적으로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6일 “우크라이나에 3억 5000만 달러(약 4216억 원) 규모의 방위 지원을 즉각 시행한다”고 밝혔다. 독일은 대전차 무기 1000정과 군용기 격추를 위한 휴대용 적외선 유도 지대공미사일 ‘스팅어’ 500기를 지원한다. 2차세계대전 이후 분쟁 지역에 무기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바꾼 것이다. 네덜란드는 휴대용 스팅어 미사일 200기와 로켓 400기 등을 지원한다고 발표했고 체코 역시 약 750만 유로(약 101억 원) 규모의 무기를 우크라이나로 수송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도 국경에 배치한 15만 전투 병력 중 약 절반을 우크라이나에 투입하는 등 물량 공세에 들어갔다. 전날 약 3분의1만 투입했던 것에 비해 규모를 확대한 것이다. 이에 따라 키예프로의 진격에 다소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27일 새벽 키예프에서 남서쪽으로 약 30㎞ 떨어진 바실키프 공군기지 인근에서 두 차례의 폭발이 목격됐다. 외신은 미사일 공격으로 바실키프 기지의 석유 저장고에 불이 났다고 전했다. 레샤 바실렌코 우크라이나 의원도 이날 “키예프가 곧 전에 보지 못했던 공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에 더욱 강도 높은 제재를 촉구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를 완전히 고립시키고, 대사를 추방하고, 석유 금수 조치를 취하고, 경제를 파괴해달라”고 요구했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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