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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 F-22 전투기 조종사가 출격을 앞두고 조종석에 착석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문제로 중국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이 첨단 군사력을 잇따라 과시하고 있다.

미 태평양 공군사령부는 이달 중 서태평양 괌 일대에서 실시될 ‘태평양 아이언 2021’ 훈련에 F-22 스텔스 전투기 25대를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강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로 평가받는 F-22를 25대나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거 투입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단기간 내 다수의 스텔스 전투기를 분쟁지역에 전개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과시, 중국의 군사적 움직임을 견제하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이를 통해 2030년대 이후를 염두에 둔 미국의 미래 전쟁수행방식도 모습을 드러낼 태세다.

 

◆민첩해지는 미 공군력

 

이번 훈련에 투입되는 F-22는 알래스카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기지와 하와이 히컴 합동기지에 속해 있다.

 

F-22 외에 훈련에 동원된 F-15 10대는 아이다호주 마운튼 홈 공군기지 소속이다. 훈련을 지원하는 C-130J 수송기 2대는 주일미군 요코다 기지에서 날아온다. 

 

미 본토, 하와이, 알래스카, 일본에 흩어져 있던 공군력이 괌으로 집결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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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 F-22 전투기가 훈련 도중 기수를 돌리고 있다. 미 공군 제공

 

미국의 5세대 전투기인 F-22는 스텔스 기능이 뛰어나 적 레이더망을 뚫고 핵심 시설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다. 최고속도는 마하 2.5를 넘고, 작전반경 역시 2천177㎞에 달해 한미, 미일 연합훈련에도 참여하는 전략무기다.

일반적으로 F-22의 배치는 6~12대로 구성된다. 미 공군은 180여 대의 F-22를 보유하고 있는데, 정비 등으로 절반 정도만 임무에 투입할 수 있다.

 

임무 수행이 가능한 F-22 중 30% 가까운 전력을 수천㎞ 떨어진 괌까지 보내 훈련을 하는 것은 미 공군이 과거보다 더욱 민첩하게 움직이면서 전략적 유연성을 높여 중국을 압박하려는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

 

미군은 기존에는 괌 앤더슨 공군기지를 중심으로 서태평양과 남중국해, 인도양 등에 공군력을 투입해왔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미 본토에서 항공력을 투입할 필요성은 낮았다.

 

하지만 중국의 군사력 증강은 이같은 기조에 제동을 걸고 있다. 중국이 개발한 DF-26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은 4000㎞ 떨어진 지상 표적을 타격한다.

 

순항미사일은 사거리가 400~1500㎞에 이른다. 중국 공군 H-6 전략폭격기에 순항미사일을 탑재한다면, 중국 본토와 가까운 곳에서도 괌을 타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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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 F-22 전투기가 활주로에 주기된 채 대기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중국은 미국 B-2와 유사한 H-20 스텔스 전략폭격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행거리가 7000㎞ 이상으로 추정되는 H-20은 음속의 5배가 넘는 속도로 날아가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도 유사시 괌을 타격할 수 있는 화성-12형 IRBM으로 미국을 위협하는 모양새다. 

 

중국과 북한의 미사일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있는 미국과 동맹국 공군기지를 표적으로 하는 상황에 맞서 미국은 괌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패트리엇(PAC-3)을 배치, 앤더슨 공군기지와 아프라 해군기지 등을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공군의 작전범위가 넓어지고 위협 강도가 높아지면서 괌에 미 공군력을 집중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적지 않다.

 

괌에 있는 공군 전력을 하와이와 미 본토 등으로 분산하되, 유사시 최단 시간 내 서태평양에 전투기와 폭격기를 전개할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대목이다. 

 

하지만 미 본토에서 신속하게 공군력이 전개한다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초동 대응에 나설 전력이 머무를 공간이 필요하다. 멜라네시아, 폴리네시아, 팔라우 등 인도태평양 내 도서 국가와 미군과의 협력 강화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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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 F-15EX 전투기가 성능점검을 위해 비행을 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세계 최강’ F-22의 미래는

 

F-22는 중국의 J-20과 J-31 스텔스 전투기보다 먼저 등장했으나, 그 성능은 앞서 있는 첨단 무기다. F-22와 1대 1로 싸워 이길 전투기는 세상에 없다. 일각에서 “시대를 지나치게 앞서간 무기”라고 부를 정도다.

 

하지만 중국의 항공우주 및 레이더 기술 발달로 F-22의 압도적 우위도 약해지고 있다. 생산량이 195대에 불과하고, 3억6000만 달러(4370억 원)에 달하는 유지비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미 공군의 선택은 F-22를 차세대 공중지배 전투기(NGAD)로 대체하는 것이다. F-22를 뛰어넘는 6세대 스텔스 전투기로 알려진 NGAD는 미 공군에서 높은 수준의 보안조치가 적용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술실증기가 시험비행에 성공했으나, 기체 모양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의 6세대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이 초기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개발 속도는 매우 빠른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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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 정비사가 F-16 전투기를 점검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NGAD와 더불어 미 공군의 주력을 맡을 기종은 F-35다. F-22보다 발전된 기술이 대거 적용됐고, 미국과 동맹국들이 채택한 기종으로서 운용 규모도 크다. 유지비 등이 F-22보다 저렴할 수밖에 없다. 레이더를 비롯한 전자장비 성능은 F-35를 미래 네트워크전쟁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하게 할 수 있다. 

강력한 지상공격력을 자랑하는 F-15EX는 F-16과 더불어 NGAD, F-35를 지원한다. 미국은 F-15EX와 F-16을 향후 수십년에 걸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탱크 킬러’로 유명한 A-10은 제한적인 수준에서 미 공군의 일부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재편된 미 공군의 새로운 전쟁수행방식은 모자이크전(mosaic warfare)이 될 전망이다. 

 

한국 공군이 최근 발간한 ‘공군비전 2050’은 모자이크전에 대해 ‘지정된 위치에 딱 들어맞아야 제 역할을 하는 특정 모양의 퍼즐 조각(개별 임무가 지정된 플랫폼) 대신, 호환 가능한 타일(센서 및 타격)이 복합적으로 구성된 전투방식’으로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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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 F-22 전투기가 활주로에서 이륙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퍼즐 조각 맞추기는 퍼즐 한 조각만 없어도 전체 그림을 완성할 수 없다. 반면 타일 맞추기는 타일이 몇 개가 없더라도 타일 모양과 크기가 동일하므로, 다른 곳에서 신속하게 대체 타일을 구하면 그림을 완성한다.

모자이크전도 타일 맞추기와 같다. 흩어져 있는 전력을 신속하게 재구성해 전투에 임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시간 네트워크가 필수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전력들은 다양한 전장환경과 적 전력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과 범용성을 갖춰야 한다. 제공권 장악에 치중한 F-22, 지상공격 위주인 A-10 등은 미래에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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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 F-22 전투기 편대가 훈련을 위해 비행을 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미국은 F-22라는 압도적인 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미래 전장환경 변화를 선도적으로 대응하고자 F-22를 과감하게 버릴 준비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래 전투방식에 대한 고민도 진행중이다.

미국의 군사전략 변화는 한국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미군의 향후 움직임에 역내 국가들의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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