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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역 경계선 넘지 말라” 경고에… 北 선박 “알았다” 

 

레이더·적외선장비 동원 수십㎞ 거리까지 잠수함 등 탐지

‘해발 30m’ 아찔한 저공비행에도 24년 무사고 기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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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C 조종실에서 정조종사와 부조종사, 기관조작사가 작전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유리창 너머로 동해가 보인다.

 

새해를 앞둔 동해는 어느 때보다 격하게 너울대는 편이다. 대륙에서 내려온 찬 고기압이 바다 표면을 들뜨게 하기 때문이다. 12월 3일 해군의 P-3C 해상초계기를 타고 해수면과 닿을듯 말듯 해발 30m 상공에서 내려다본 동해는 너울대는 파도로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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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C 해상초계기가 경북 포항에 위치한 해군 제6항공전단 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월간중앙은 해군의 협조를 얻어 실제 초계작전을 수행하는 P-3C에 동승했다. 경북 포항시의 해군 제6항공전단 비행장에서 이륙해 독도와 강원 고성군 인근 북방한계선(NLL)을 초계한 뒤 복귀하는 경로였다. 작전시간 대부분을 해발 150m 내에서 저공 비행했다. 육안 정찰을 위해서다. 필요시엔 해발 30m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이날 취재진은 NLL 인근을 지나는 북한 화물선 등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군사 보안상 카메라 앵글에는 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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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가 기관조작사로부터 기체 상태를 확인받고 있다.

 

 

P-3C는 대(對)잠수함전뿐 아니라 대수상함전·기뢰부설·조기경보 임무 등을 수행한다. 물론 핵심은 대잠수함 탐지능력이다. 육상 레이더기지와 해군 초계함·구축함도 같은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작전현장에서 레이더를 조사하고, 육안으로 정찰하는 초계기의 역할은 대체 불가능하다. 물속에 있는 음탐(음파탐지)부표가 잠수함을 포착할 확률은 1%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중국·러시아 등 각국 잠수함이 암약하는 동해 상에서 P-3C 역할은 절대적이다.

 

독도 실종자 수색에 P-3C도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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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광학 카메라를 활용해 수십㎞ 거리에 있는 화물선을 살펴보고 있다.

 

 

‘조국의 바다를 하늘에서 지킨다.’ P-3C에 올라타자 탑승구 옆에 새겨진 슬로건이 눈에 들어온다. P-3C 임무 요원들의 결기가 전해지는 듯했다. 해군이 보유한 해상초계기는 2011년 추가 도입한 P-3CK 8기를 포함, 총 16대. 북한 잠수함 세력을 효과적으로 탐지하자면 적어도 32대는 있어야 한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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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를 마친 전술승무원이 초계기에서 내려오고 있다.

 

 

오후 1시 5분, P-3C가 전속력으로 활주로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몸이 살짝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중량 6t의 해상초계기가 포항의 해군 6전단에서 이륙하던 순간이다.

 

이륙한 직후 기체가 왼쪽으로 선회했다. 멀리 경주 시내가 눈에 들어왔다. 한가롭게 창밖을 살피는 기자와 달리 조종석은 분주했다. 조종사 2명과 기관조작사 1명이 수십 개의 계기판을 확인했다. 기체 곳곳을 점검한 기관조작사는 조종석에 들어와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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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통제관 임은정 소령(사진)은 이날 초계 작전 지휘를 책임지는 임무지휘관 역할도 했다.

 

 

P-3C는 독도 방향으로 기수를 잡았다. 실종자 수색에 나서기 위해서다. 10월 31일 소방헬기가 독도에서 응급환자를 태워 이송하던 중 인근 해상에 추락했다. 소방대원 2명과 민간인 1명이 실종 상태였다. 더구나 이날은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해경과 해군 함정이 수색에 나서지 못했다. 매일 독도 주변을 배회하던 일본 순시선도 이날만큼은 출항하지 못할 정도였다.

 

이륙한 지 40여 분 만에 독도가 시야에 들어왔다. “어망부이(그물 위치를 표시한 해상부표) 보인다” “그 옆에는 뭐지?” 이날 임무지휘관을 맡은 전술통제관 임은정 소령은 관측 모니터에 잡히는 물체들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꼼꼼히 확인했다. P-3C는 레이더(ISAR)와 적외선장비(IRDS) 등 비(非)음향 탐지장비를 갖춰 주·야간 언제든 수십㎞ 거리의 표적까지 포착한다. 그러나 이날 한 시간가량 이뤄진 수색에서 실종자의 흔적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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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취재진이 동행한 이날 P-3C는 독도 주변에서 한 시간여 동안 헬기사고 실종자를 수색했다.

 

 

이륙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엄청난 피로감이 몰려왔다. 파도를 가르는 고속정처럼 기체 흔들림이 거셌다. 해군 6전단 613비행대대장 안승민 중령은 “동해 상은 태백산맥에서 나오는 서풍 기류에 영향을 받아 흔들림이 심하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미식별 표적 용납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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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계기 내부에 구비된 낙하산.

 

 

이렇게 출렁이는 와중에도 비행 고도는 해발 30m까지 내려간다. 보통의 경우에도 150m를 넘어가는 경우가 흔치 않다. 운용환경이 이렇다 보니 자칫 방심하면 큰 사고로 이어지기에 십상이다. 조종사 이동석 대위는 “바다는 육지와 달리 기상이 수시로 변한다”며 “조종사의 순간 대처능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P-3C는 1995년 도입 후 올해까지 24년 무사고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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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상에 배치된 이지스 함정이 영해 수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쉴 틈이 없다. 임 소령은 6시간 동안 자리 한 번 비우지 않고 모니터를 확인하고, 기록하고, 토의했다. 그는 “항공기 작전 범위에서 미식별 표적이 발생하는 건 용납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모든 표적을 시야에 둬야 한다는 의미다. 이때 북한 화물선을 발견했다. 우리 측 관할 해역 경계선에 근접해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항법통신관이 ‘경계선 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내용으로 무선통신을 보냈다. 북한 선박에서는 ‘알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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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를 마친 승무원들이 결의를 다지고 있다.

 

 

강원 고성군 상공에 접근했다. 왼쪽엔 설악산, 오른쪽으론 금강산 자락이 펼쳐졌다. 창밖을 내려보니 NLL 인근에서 초계함과 구축함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보다 멀리에선 이지스함도 보였다. 이지스함은 미사일 탐지 및 방어임무에 특화돼 있다.

 

오후 5시께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했다. 먼바다 끝에서부터 노을이 내려앉았다. 조종석 내부는 계기판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빛만 반짝였다. P-3C는 오후 6시 복귀를 시작해 50분 뒤 포항 기지로 돌아왔다. 국방 최일선의 하루는 이렇게 저물었다. 임 소령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각자 맡은 임무를 위해 묵묵히 노력하는 이들을 기억해 달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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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을 마친 P-3C가 격납고로 이동하고 있다.

 

※ P-3C 해상초계기 주요 제원

●크기 : 기장 35m, 기폭 30m, 높이 10m

●엔진 : 터보프롭 엔진 4기(최대속도 750㎞/h, 해상초계 시 380㎞/h)

●무장 : 하푼 대함미사일, 청상어 어뢰, 대잠폭탄(MK82)

●탐지장비 : 음탐부표, 표적탐지레이더(ISAR), 전자광학·적외선 장비용 터렛 등

●체공시간 : 최대 무장 시 9시간, 해상초계 시 11시간

●탑승인원 : 조종사, 전술통제관, 기관·음향 조작사 등 10여 명(최대 21명)

●운용대수 : P-3C 8기(1995년 도입), P-3CK 8기(2011년 도입)

 

-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 글 박용한 중앙일보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출처 : 월간중앙 https://jmagazine.joins.com/monthly/view/3286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