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덕텔링] 10년을 기다린 '마라도함'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더욱 강력해진 장비로 무장…항공기와 물자 탑재 능력은 아쉬움
[비즈한국] 지난 14일, 부산 영도에 위치한 한진중공업 조선소에서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각계 인사 200명이 참석해 해군의 신형 함정 ‘마라도함’ 진수식을 거행했다. 마라도함은 독도함에 이은 우리 해군의 대형 강습상륙함으로, 1번함인 ‘독도함’이 2005년 진수돼 2007년 취역한 것을 생각하면 우리 해군은 10년이 넘는 시간을 기다려 두 번째 대형 강습상륙함을 보유하게 된 셈이다.
마라도함. 사진=방위사업청
독도함은 우리 해군이 가진 함정 중 가장 큰 것으로, 1만 4500톤급의 배수량에 199m의 길이다. 미국 해군의 10만 톤이 넘는 항공모함에 비해서는 보잘것없을 수 있지만 우리 해군이 가진 배 중 두 번째로 큰 배인 ‘세종대왕급’ 이지스함에 비하면 거의 두 배 가까이 큰 셈이다.
독도함은 승조원 330명에 750명의 해병대원을 탑승시키고 두 척의 LSF-2 고속상륙정을 탑재하고 5대의 상륙기동헬기가 동시에 이착륙할 수 있는 넓은 비행갑판을 갖고 있다. 각종 상륙훈련에서 해병대원들의 작전을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천안함 침몰 사건에서는 지휘함으로 구조 및 인양작전을 치른 적도 있다. 중국과 일본이 더 큰 대형 상륙함 건조를 준비 중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도 독도함은 아시아에서 제일 큰 규모의 상륙함이다.
독도함은 이렇게 상당한 규모와 능력을 자랑하는 함정이지만, 많은 오해로 인해서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가장 큰 논란은 독도함이 항공모함인데도 여러 가지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실 독도함은 항공모함이 아니며, 해군은 독도함을 개조해 항공모함으로 사용할 계획이 없기 때문에 이런 비판은 부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항공모함으로 쓸 만한 여러 가지 잠재력이 있는 점도 고려할 필요는 있다.
가령 독도함의 갑판과 격납고, 엘리베이터는 AV-8B 해리어 수직이착륙기를 탑재하고 이륙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항공기 통제를 위한 이착륙 관제 레이더, 항공기 통제소, 장거리 대공 레이더 등을 갖췄다. 이런 장비와 사양 대부분은 이탈리아 등이 보유한 소형 항공모함에 버금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AV-8B 해리어 수직이착륙기는 노후화로 인해 퇴역하고 구매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해군이 무리하게 사양을 높인 것 아니냐는 의문도 있었다. 이런 개량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개발 중인 차세대 수직이착륙 전투기인 F-35B를 운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독도함에 대한 또 다른 논란은 함정의 기능에 일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함정을 노리는 대함 미사일을 방어하는 기관포, 일명 CIWS라고 불리는 골키퍼 기관포의 경우, 탑재 위치 문제로 사격을 할 때 갑판에 배치된 헬리콥터가 파손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 항공기 갑판과 차량 갑판이 분리된 2층 구조가 아닌 1층 구조이기 때문에 장비 탑재량이 적은 편이라는 점도 지적되었다.
그렇다면 새롭게 건조된 마라도함은 이런 문제점을 얼마나 해결했을까. 해군은 마라도함에 여러 주요 개량사항이 적용되었다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마라도함의 주요 개량점. 사진=해군
첫 번째는 레이더를 비롯한 각종 탐지장비의 개선이다. 독도함의 레이더는 네덜란드 탈레스사의 레이더 두 종류였는데, 마라도함에는 국산 SPS-550K 레이더와 이스라엘 엘타사의 MF-STAR 레이더가 장착되었다. MF-STAR 레이더는 독도함에 장착된 SMART-L 레이더보다 최대 탐지거리는 약간 줄어들지만, 동시에 탐지할 수 있는 미사일과 적 항공기의 숫자가 훨씬 더 늘었다. 인도 해군이 제작 중인 항공모함 INS Vikrant에도 이 레이더가 장착된다.
SPS-550K 레이더와 SAQ-600K 적외선 추적장비는 대구급 프리깃함에 장착된 신형 탐지장비다. 항공기, 미사일, 그리고 소형 보트까지 찾아낼 수 있어 적의 공격을 빠르게 탐지하고 대응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탐지 장비에 걸맞게 함정의 위협을 자동으로 분류하고 지휘통제를 하는 ‘함정 전투체계’ 성능 역시 두 배로 향상되었다.
미사일과 항공기를 최종적으로 막아내는 자동 기관포인 CIWS인 ‘팰렁스’는 장착 위치가 변경돼 독도함이 기관포를 작동할 때 갑판의 헬기를 쏠 수 있는 문제를 개선했다.
RAM 대공 미사일 대신 국산 ‘해궁’ 대공미사일을 장착했다. 해궁은 국내 최초로 개발된 함대공 미사일로, 적 미사일과 항공기를 탐지할 때 레이더와 적외선 카메라를 동시에 사용해서 적의 전파 방해를 뚫고 정확하게 명중시킬 수 있으며, 모든 방향에서 날아오는 적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성능을 가졌다. 새로운 레이더와 새로운 미사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기본 전투성능 이외에, 처음 상륙함을 만들다 보니 다소 부족했던 부분도 많이 개선되었다. 가령 ‘항공기 통제소’의 위치가 바뀌었다. 마라도함은 헬기를 여러 대 운용하기에 항공기를 통제하는 일종의 관제탑이 필요한데 기존 독도함의 통제소는 갑판 부분에 사각이 있어 이를 개선한 것이다.
차량과 사람들이 주로 출입하는 출입구인 ‘현측 램프’의 폭을 넓히고 25톤의 하중을 60톤까지 늘려 K-9 자주포나 K-2 전차가 스스로 편리하게 독도함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헬기가 뜨고 내리는 비행갑판의 여러 부분도 강화해 MV-22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가 좀 더 안정적으로 뜨고 내릴 수 있게 했다.
정리하자면 마라도함은 독도함에 비해 미사일과 항공기에 대한 방어력이 크게 늘어서 실전에서 좀 더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고 상륙작전을 위한 헬기와 중장비를 싣고 나를 때 불편한 점을 크게 개선했다. 하지만 헬기와 장비의 탑재 대수, 수송 능력 자체는 거의 변하지 않은 셈이다.
마라도함. 사진=해군
이 때문에 여러 군사전문가들은 독도함의 크기가 작은데, 마라도함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을 비판한다. 또 항공모함급 탐지장비와 방어장비를 가진 반면 항공모함으로 쓰기에는 갑판과 격납고 크기가 작은 것에도 반발하는 움직임이 있다.
이미 2017년 12월 ‘연합뉴스’에 해군이 독도함과 마라도함에 F-35B 라이트닝 수직이착륙 전투기를 탑재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점에서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해군 일부에서는 공군이 F-35A 40대를 도입하는 와중에 F-35B 6대를 끼워서 사자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방위사업청과 해군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하지만, 해군이 F-35B를 운용하는 항공모함을 운용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마라도함이 크기를 키워 항공기와 차량 탑재능력을 키우지 않은 것은 잘못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독도함의 크기를 확대하지 않은 것은 현재 시점에서는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크기를 키워도 한계가 있는데, 상륙함의 기능도 갖추고 항공모함의 기능도 갖추려 하다가는 이도 저도 아닌 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독도함보다 큰 다목적 상륙함을 운용하는 나라들은 2~3척에 그 나라의 모든 상륙작전 능력을 몰아넣었다. 가령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 1세의 경우 2척, 호주의 캔버라급도 2척의 상륙함만 운용하기 때문에 3만 톤 가까운 상륙함을 도입하지만, 우리 군의 경우에는 두 척의 독도급 상륙함과 함께 4척의 천왕봉급 상륙함이 있으므로, 전차와 같은 중장비들은 천왕봉급을 중심으로 운용하는 편이 전술적으로 소수의 큰 상륙함보다 유리하다.
경항모로 개조하기 위해서 현재 마라도함에 수직이착륙기 이륙을 위한 스키 점프대(이륙을 도와주는 활주 장비)를 설치하는 것도 부적당하다. 독도함에는 10여 대의 AV-8B 해리어 수직이착륙기를 탑재할 수 있지만 신형 스텔스 수직이착륙 전투기인 F-35B는 27톤이 넘기에 F-35B 6대를 탑재해도 항공갑판이 비좁을 수 있다.
물론 2만 톤이 넘는 일본의 이즈모급, 이탈리아의 카보우르급,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급은 6대보다 많은 F-35B를 운용할 수 있지만 AV-8B 해리어를 운용할 때보다 덩치와 무게가 훨씬 크기 때문에 실제 작전능력은 독도함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심지어 3만 톤급의 후안 카를로스급은 상륙작전을 위한 차량 갑판과 비행기 갑판, 도크가 그대로 있어 크기에 비해서 항공기 능력이 떨어진다.
마라도함. 사진=해군
6만 5000톤급 중형인 영국의 퀸 엘리자베스급 항공모함도 F-35B를 20대만 탑재할 예정이다. F-35B의 크기가 크고 필요한 물자와 장비가 많아, 최대 40대를 탑재할 수 있는 항공모함에 20대만 탑재하는 것이 효율이 가장 좋기 때문이라고 한다. 거꾸로 말하자면 마라도함의 크기를 3만 5000톤급에서 4만 톤급으로 늘리지 않는 한, 항공모함으로서 제대로 된 임무를 맡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마라도함의 지금 모습에 불만족스러운 점이 있을지라도 명확한 현실의 한계 속에서 나름대로 ‘선방’했다고 평가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 정말로 항공모함을 갖추어야 한다면 독도함을 기반으로 확대 개량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4만 톤급 항공모함을 건조하는 것이 가장 비용 대비 효과가 좋을 것이다.
물론 한반도에서 항공모함이 꼭 필요하냐는 질문을 넘어갈 수는 없다. 지척에 있는 북한과의 전면전에서 미국 같은 원정작전능력이 아닌 이상, 항모 대신 지상기지의 공군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만약 남북 간 긴장이 완화되고 대한민국의 위상이 향상될 경우 국제 평화유지 및 동맹국의 전투에 우리의 군사력을 원정시킬 때가 있다면 항공모함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은 있다. 수십억 달러의 비용 부담을 극복한다면 말이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