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리처드 미군 전략사령관.
조현상 기자 = 미국 전략사령부가 최근 북한 등 핵무장한 적성국과의 실전 상황을 염두에 둔 억제력 모의훈련을 실시했다. 갈등 확산 상황에서의 대처 전략에 초점을 둔 훈련으로 공개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미 전략사령부는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미 해군참모대학과 함께 억제·갈등확산 모의검토 훈련(Deterrence and Escalation Game and Review Exercise. DEGRE)을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이 훈련은 전략적 억제력과 동맹에 대한 확약, 갈등확산 관리의 역학관계를 시험하는 것이 주 내용으로 훈련은 미국 범정부 부처와 통합전투사령부, 그리고 동맹들에 유사시 핵무장한 적성국에 맞선 총체적 전쟁수행 범위를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고, 전략사령부는 밝혔다.
찰스 리처드 전략사령관은 새로운 패권경쟁 시대에서 이 훈련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냉전 이래 세계는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
리처드 사령관은 미국의 역량에 견줄 수 있는 두 개 적성국을 동시에 억제해야 하는 역학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 전쟁모의훈련(Wargame)은 국가적 억제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해 핵무기 역할에 대한 지식과 통찰력을 얻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미 전략사령부 “핵무장 적성국과 갈등상정 전략적 전쟁모의훈련 실시”
전략사령부는 이 훈련이 핵전쟁 모의훈련은 아니라며, 핵무장한 적성국들과의 중대 이해관계가 걸린 갈등 상황들을 다루는 전략적 전쟁모의훈련의 일환으로 훈련은 미국의 고위 관리들을 청군으로, 상대편인 적성국 전문가들을 적군으로 나눠 현실적 위기나 갈등상황 해결에 초점을 두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올해 재개된 이 훈련에는 전략사령부 외에 인도태평양, 수송, 우주, 사이버, 북부 등 5개 통합전투사령부와 해군참모대학,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본부 미국 측 인원들이 참가했는데 이번 훈련이 대상으로 한 적성국이 어느 나라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중국과 북한을 주로 의식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략사령부는 이 훈련이 지난 2008년 당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을 보좌해 제임스 슐레진저 전 국방장관이 주도한 국방부 핵 임무 검토작업, 이른바 ‘슐레진저 보고서’의 제안에 따라 2009년부터 실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슐레진저 전 장관은 보고서 발표 당시 기자회견에서 검토를 진행하는 동안 미국이 냉전시절 개발한 억제력 이론과 교리가 대부분 사라진 사실에 매우 놀랐다며, 핵과 관련한 전문성이 결여된 상황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브루스 베넷 “공개 자체가 이례적…복수 적성국 동시 대처 상정 가능성”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1일 VOA에 “DEGRE 훈련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민감한 훈련이기 때문에 비공개로 진행해왔다"며, "실시를 공표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또 전략사령부가 이번 훈련을 전략적 전쟁모의훈련으로 강조한 데 대해, 단순히 핵무기 사용을 염두에 둔 전술훈련이 아닌 역내 국가들과의 관계 등 정치적, 국제관계학적 사안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하면서 특히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참여했다는 점에서 훈련 과정에서 호주, 일본, 인도와의 집단안보 구상인 `쿼드' 외에 한국 등 역내 동맹의 유사시 관계를 따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 “준비태세·억제력·동맹 안심 3요소 충족”
한미연합사령관을 지낸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전우회(KDVA) 회장은 공개된 사실만 기초해서 평가한다면 이번 훈련은 준비태세, 억제력, 동맹 안심시키기라는 3개 요소를 모두 충족시키기 위한 목적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훈련에서 적성국으로 상정한 국가에 맞서 참여자들이 제시된 상황에서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는지 여부와 적성국에 대한 억제력 검증, 마지막으로 훈련 실시 사실을 공표함으로써 특히 미국의 확장억제력의 보호 대상이 되는 동맹들을 안심시키려는 목적이라는 설명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궁극적으로는 이런 훈련을 미국이 실시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동맹을 안심시키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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