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정 2020.04.18 12:00 기사입력 2020.04.18 12:00
[월간 디펜스타임즈 안승범 편집장]중형전술차량 사업은 2006년 3월 육군본부의 긴급 소요제기로 시작되지만 타당성 검토로 그동안 선행 연구와 사업 지연을 반복했다. 초기에 방탄 차체를 적용한 전술차량과 차기 표준차량을 별도로 진행하던 육군은 예산과 부품 호환 등 문제를 들어 지난 2015년 8월 중형전술차와 차기 표준차량(2½톤/5톤급)을 통합 개발하기로 결정하고 한국국방연구원(KIDA) 소요분석, 국방부 소요검증과 선행 연구 등 절차를 밟았지만 연구개발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후 육군이 행군 도보부대를 기동화 목표로 백두산 호랑이 4.0 사업을 추진하면서 중형전술차량 사업 역시 급물살을 타게 됐다. 군 당국은 2019년도 국방 예산에 14억 6000만원의 개발 착수비를 증액 편성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중형전술차량 사업은 차기 표준차량 사업과 통합해 중형 표준차량 연구개발 사업으로 추진하게 되며, 차기 2½톤/5톤급 표준차량과 초기 제안된 중형전술차를 발전시켜 5톤급 방탄 표준차량의 기본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둔다. 현재 군이 운용중인 2½톤/5톤급 표준차량은 성능 개량형조차 195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설계에 약간의 개량 사양만을 추가한 정도이며, 차기 표준차량 사업이 표류하는 동안 선진국의 군용차량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우리 군과 유사한 보닛형 플랫폼의 차량을 운용하던 미군은 1996년부터 상용 트럭과 유사한 캡오버형 플랫폼의 FMTV(Family of Medium Tactical Vehicles) 시리즈를 전력화해 현대 전장 요구 사항에 맞추고 동시에 차량 운용에 효율성을 높였다. 현재 운용중인 표준차량의 30%가 노후화돼 빠른 교체가 요구되고 있고, 육군의 계획대로 도보부대를 차량화하려면 기존 차량의 대체 수요 대비 더 많은 대수의 표준차량이 필요한 실정이다.
육군은 약 177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019년부터 표준 플랫폼을 개발하고 2024년부터 약 1조 7000억원을 투입, 1만 1000~1만 4000여대의 중형 표준차량을 순차적으로 부대에 배치할 계획이다.
▲표준차량의 작전 요구 성능(ROC)= 표준차량은 야전에서 운용하는 만큼 내구성과 야지 기동성능이 매우 중요하므로 기본적으로 상용차량(0.8mm 이하)보다 두꺼운 철판(1.4mm 이상)을 사용한 프레임 바디 설계에 종경사 60%(31˚)의 전/후진 등판능력과 일정 깊이의 도섭 능력(차기 5톤 시제차량 기준 1m)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륜(全輪)구동 방식, 도섭 라인에 걸친 부분(차축, 엔진, 변속기 등)과 전장품의 방수 설계, 상용차량보다 높은 최저지상고(차기 5톤 시제차량 기준 300mm)와 큰 접근각/이탈각이 필수적이다.
또한 험로 탈출에 용이하도록 후차축에 차동제한장치나 차동잠금장치를 적용해야 하며, 현 시점에 생산되는 차량은 전자제어식 엔진 및 자동변속기를 사용하므로 차량 전장품에 반드시 전자전 방호가 가능한 EMI 차단 설계를 적용해야 한다. 혹한/혹서기(-32℃~43℃)에도 엔진의 일발 시동이 가능해야 하고, 등화관제용 등화류를 반드시 장착해야 하며 트레일러 등 피견인차량을 야지에서도 견인할 수 있어야 한다.
수명 주기가 상용차량에 비해 길게 설정되고 유사시를 대비해야 하는 군 운용 특성상 정비를 처음 배우는 장병도 정비가 가능하도록 구조를 간단하게 하고 다른 표준차량과 주요 부품이 호환되도록 설계하여 후속 군수지원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중형 표준차량의 주요 특징= 중형 표준차량 즉, 차기 2½톤/5톤/5톤 방탄 버전은 이러한 기본적인 군용차량의 작전 요구 성능에 발전된 차량 기술과 현대 전장 요구사항에 부합하는 요소들을 적용하여 개발중에 있다.
차기 2½톤/5톤급 표준차량은 현대차에서 독자개발하여 상용으로 널리 쓰이는 G엔진(직렬 6기통 CRDi 터보 인터쿨러 디젤)을 군 요구사양에 맞게 튜닝한 엔진을 적용해 5톤급 차량을 기준으로 현용 K711A1 5톤 트럭 대비 절반 정도의 배기량으로 출력이 10% 향상되었고 유로Ⅴ 배기가스 기준을 충족했다.
전자식 6단 자동변속기와 풀타임 전륜(全輪)구동 시스템을 갖추었으며 ABS를 적용한 풀 에어 브레이크와 전기식 압축공기제어 차동 잠금장치(DL), 미끄럼 방지장치(Anti Spin Regulator ; ASR), 에어컨, 후방 카메라 등 상용 트럭에 일반화된 사양들을 대거 적용하여 기존 표준차량에 대한 소요군의 여러 불만 사항들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외에도 타이어 공기압 자동 조절장치(Central Tire Inflation System ; CTIS)를 장착하여 연약지반이나 험로에서의 주행 능력을 향상하였고 기존 표준차량과 마찬가지로 등화관제등, 피견인차량 견인을 위한 후방 견인 고리와 브레이크용 에어밸브, 리셉터클 단자를 적용했다.
초기에 중형전술차량으로 선행 개발된 5톤급 방탄 표준차량은 캡과 적재함을 방탄으로 설계하여 소총탄과 대인지뢰를 방호할 수 있으며, 방탄화로 중량이 증가된 차체를 고려하여 차기 표준차량보다 출력이 큰 H엔진을 베이스 엔진으로 채택, 선행 시제차량 기준 현용 K711A1 5톤 트럭의 약 1.6배 출력을 낼 수 있다. 기본적인 사양은 차기 5톤 표준차량과 동일하게 개발중이고 타이어가 파손되어도 48km/h 속도로 일정 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 런플랫(Run Flat) 전술 타이어를 장착하게 된다.
초기 선행 시제차량은 1개 소대 병력이 탑승할 목적으로 설계되었으나 육군이 백두산 호랑이 4.0을 추진하면서 분대급 탑승으로의 ROC 변경도 거론되고 있다. 표준차량의 전근대적인 설계와 노후화에 대응하여 국방부는 2005년부터 표준차량을 상용차량으로 대체 보급했고, 2020년까지 현 표준차량의 60%를 민수용 차량으로 대체하는 정책을 시행해왔다.
차기 표준차량은 엔진과 파워트레인 등 기본 플랫폼부터 상용차량을 기반으로 개발하면서도 군 ROC를 적극 반영한 현대 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결과물을 추구하고 있다. 표준차량 개발의 요점은 야지 기동성과 안전성, 운용 편의성, 계열화를 들 수 있다.
야지 기동성 측면에서는 상용차량에서 검증된 엔진 및 파워트레인 성능과 CTIS, DL 등 현대 자동차 기술을 활용한 사양을 이용하여 현용 표준차량에 비해 향상된 성능을 낼 것이며, ABS 적용 풀 에어 브레이크와 전술 타이어, 적재함 좌석 안전벨트 등은 탑승 병력의 기본적인 안전을 보장하게 된다.
또한 캡오버형 플랫폼과 상용차량 기반의 운전 계기, 에어컨, 상당수의 상용차량과 호환되는 부품 등은 전근대적인 설계의 기존 표준차량에 비하여 개선된 운용 편의성을 제공할 요소로 꼽히며, 기본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모듈화 설계로 다양한 계열차량을 만들 수 있게 된다.
계열차량에 따라 시험평가 및 규격화를 별도로 거쳐야 하는 등의 문제가 있으므로 모든 계열차량을 기본 차량과 동시에 전력화하는 일은 어렵지만, 최대한 많은 종류의 계열차량을 기본 차량과 동시에 개발하여 전력화하는 것이 구형 차량 병행생산으로 인한 군수지원간 비효율을 줄이는 길이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