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4성 장군인 한ㆍ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이 지난 22일 시작한 한ㆍ미 연합훈련(을지 자유의 방패ㆍUFS)을 총지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ㆍ미연합사령관과 유엔사령관을 겸직하는 주한미군사령관이 아닌 한국군 장성이 연합훈련의 전 일정을 지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2일 후반기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가 시작했다. 이번 훈련의 전 일정은 안병석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지휘한다. 사진은 이날 지휘소에서 양국 장병이 훈련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는 모습.
지난 23일 주한미군은 이같은 사실을 알리면서 “지난해 12월 한ㆍ미 국방장관이 상호 합의한 대로 이번 훈련에서 임무와 책임을 전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양국 장관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미뤄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연합작전 수행능력 평가 3단계 중 2단계인 완전운영능력(FOC) 검증을 올 후반기 연합훈련에서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1단계인 기본운용능력(IOC), 2단계인 FOC, 3단계인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으로 이뤄진 연합작전 수행능력 평가 3단계는 한국군이 미래연합사를 지휘ㆍ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일종의 모의고사다. 지난 2019년 후반기 연합훈련을 통해 IOC를 검증할 때는 격퇴ㆍ방어(1부), 반격(2부)으로 이뤄진 두 시나리오 연습 중 각 하루씩만 한국군이 지휘하고 나머지 일정은 예년처럼 미군이 지휘했다.
반면 이번 UFS 기간(8월 22일~9월 1일)에 실시하는 FOC의 경우 1부와 2부 일정을 모두 안병석 연합사 부사령관이 지휘한다. 이와 관련, 폴 라캐머러 연합사령관은 “연합사 부사령관이 미래연합사령관으로 지휘하는 것은 사상 처음으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한·미 군 당국이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연합훈련을 시작한 지난 22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아파치 헬기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선 FOC 평가가 전작권 전환 일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선 FOC 평가만 마치면 전작권 전환연도(X년도)를 곧바로 결정할 수 있을 것처럼 선전했다”며 "실제론 더 많은 조건을 충족하고 한·미가 동의해야 X년도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현 정부가 전작권 전환에 대해 ‘시기’가 아닌 ‘조건’에 다시 방점을 두면서 검증 3단계가 큰 의미를 갖긴 어렵게 됐다”고 했다.
한ㆍ미가 합의한 전작권 전환 조건은 ▶한ㆍ미 연합 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 확보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리 군의 초기 필수대응능력 구비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지역 안보환경 등 크게 세 가지다.
이중 미래연합사 구성을 위한 한국군 지휘부의 연합작전 수행능력 평가 3단계는 사실상 세부 조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핵심군사능력만 해도 한국군의 무기체계와 전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미국이 이를 인정하는 게 관건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특히 대북 감시 능력의 필수 조건인 정찰위성의 경우, 2030년대에나 한국군이 어느 정도 독자적으로 확보해 운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미뤄 상당 기간 조건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작권 전환 사정에 밝은 군 소식통은 “수많은 조건도 조건이지만, 사실상 정부의 의지가 더욱 중요하다”며 “한반도 안보 환경을 다룬 세 번째 조건은 한ㆍ미간 정치적인 합의인 만큼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FOC 평가 결과는 올 가을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안보연례협의회(SCM) 때 양국 장관에게 보고될 예정이다. 이후 한ㆍ미 군 당국의 실무진들이 분석해 검증 통과 여부를 가리게 된다.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최종 결론은 내년 초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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