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군 최초 페리 조종사’…“중요한 건 성별 아닌 기량”
[더코리아뉴스 이상원 선임기자] 공군 부부 조종사가 사상 처음으로 해외연합훈련에 함께 참가한다. 주인공은 남편 강명진 소령(공사 59기, 38세)과 아내 윤해림 소령(공사 60기, 37세)로 이번이 최초이다.
KF-16 전투기 앞의 강명진 소령, 윤해림 소령 부부
그들은 각자 1,50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을 보유한 베테랑 조종사인 강 소령과 윤 소령은 현재 충주에 위치한 공군 제19전투비행단에서 제162전투비행대대 비행대장, 제161전투비행대대 1편대장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두 사람이 참가하는 해외훈련은 美 태평양 공군사령부가 주관하는 다국적 연합 공중전투훈련인 ‘레드플래그 알래스카(Red Flag-Alaska)’ 훈련이다. 6월 12일부터 27일까지 열리는 이번 훈련에 한국 공군은 KF-16, KC-330 등 항공기 11대와 100여 명의 장병들이 참가한다.
강 소령은 6월 초, 훈련 참가인원들과 함께 KC-330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편으로 이동하고, 윤 소령은 페리(Ferry) 조종사로 선발돼 직접 KF-16 전투기를 조종해 태평양을 가로지른다. 특히, 윤 소령은 KC-330의 공중급유를 받으며 약 9시간 동안 무중단으로 비행하여 美 아일슨(Eielson) 공군기지에 도착할 예정이다.
KF-16 전투기 앞의 강명진 소령, 윤해림 소령 부부
이번 훈련에서 강 소령은 훈련 전체를 계획하고 관리하는 총괄 역할을 맡았다. 윤 소령은 전개/복귀팀의 부팀장을 맡아 비상상황에 대한 대응, 예비기지 협조 등을 담당한다.
특히, 여군 조종사가 해외 연합훈련 페리 임무를 수행하는 것 역시 이번이 최초다. KF-16을 이끌고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것은 윤 소령의 오랜 바람이었다. 해외훈련 이야기가 나왔을 때 고민 없이 지원했다.
그러나 윤 소령은 ‘여군 최초 페리 조종사’라는 타이틀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임무조종사가 남성인지, 여성인지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건 그 조종사의 기량과 준비태세’라고 강조했다.
아들과 함께 하고 있는 강명진 소령, 윤해림 소령 부부
또한, 이번 훈련 참가는 다른 의미로 큰 도전이다. 조종사로서 준비는 언제나 자신 있지만, 5주간 집에 두고 가야 할 2살 아들이 문제였다. 육아를 위해 양가 부모님들과 조부모님, 윤 소령의 이모까지 도움을 주실 예정이라고 한다.
한편, 한 기수 선후배 사이였던 두 사람의 사랑은 공사 생도 시절 강 소령의 적극적인 호감 표시로 시작되었다. 강 소령은 여러 차례 윤 소령을 챙겨주며 사이를 좁혀나갔고, 마침내 교제하게 되었다.
임관 후 같은 조종사의 길을 걷고 고된 비행 훈련을 마친 두 사람은 충주기지에서 함께 복무하게 되자 7년간 연애의 결실을 맺기로 결심했다. 2015년, 그들은 부부가 되었다.
관사에서 얼굴을 맞대고 살지만, 이·착륙할 때 우연히 활주로에서 마주치는 순간은 매번 새롭고 기쁘다고 한다. 또한, 비행을 앞둔 전날, 비행 직후 집안에서 그들만의 브리핑을 통해 부부애는 물론 동료애 역시 더 깊어져 갔다.
두 사람은 ‘싸워야 할 때’도 있다. 각자 공중에서 아군(Blue Air)과 적군(Red Air)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순간 둘도 없는 라이벌이 됐다.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상대를 이기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고 한다.
더 힘들었던 ‘전투’는 2년 전 아들이 태어나면서 시작됐다. 육아는 부부의 힘만으로는 버거웠다. 특히, 야간비행과 비상대기근무가 필수인 전투 조종사로서 육아를 병행하기 위해서는 비행 스케줄을 바꿔야 할 때가 많다. 기꺼이 스케줄을 조정해주는 동료 조종사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고 한다.
아들이 어린이집을 등·하원할 때는 둘 중 한 명이라도 꼭 아들과 함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알래스카 레드 플래그 훈련 참가에 앞서, 지난 5월 12일(월) 윤해림 소령이 조종하는 KF-16 전투기가 KC-330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로부터 공중급유를 받고 있다.
지금은 강 소령이 비행대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기 때문에, 윤 소령이 육아에 있어서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윤 소령 혼자 어려워 친정 부모님까지 합세하고 있다. 강 소령은 “나중에 아내가 중책을 맡게 된다면, 그때는 내가 아들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제19전투비행단 제162전투비행대대 비행대장 강명진 소령은 “조종사로서 제가 한 기수 선배이긴 하지만 아내로부터 배울 점을 많이 발견하곤 합니다. 부부가 함께 전투기 조종사 임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임무와 가정 양쪽에서 큰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내와 함께 영공방위 최일선을 지킬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제19전투비행단 제161전투비행대대 1편대장 윤해림 소령은 “전투조종사로서 저의 삶을 가까이서 응원해주는 남편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동반자로서, 동료 조종사로서 대한민국 영공을 함께 수호해 나가겠습니다.”
제공 정책브리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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