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국방일보] 명품 자주포 운용하는 명품 부대원 숨은 노고… 과정은 꼼꼼했고 결과는 완벽했다

by master posted Feb 1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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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일보 기자가 간다

④ K9 자주포 기동·사격절차 체험

 

육군5포병여단 1포병단 비룡대대

K9 자주포 활용 전술 능력 강화

 

오전 6시, 장약통 운반 시작으로

포신 움직임 등 사격 전 안전점검

포구 가리는 장애물 없는지 확인

 

자동·수동 동원 사격 제원 산출

3번 수정 거친 후 모든 포 동시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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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5포병여단 1포병단 비룡대대 K9 자주포들이 16일 강원도 철원군 포병사격훈련장에서 전방 목표물을 향해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K9 자주포는 세계 9개 국가가 운용하는 ‘월드 클래스’ 무기로 자리매김했다. K9 자주포는 실전과 수많은 훈련에서 막강한 화력, 신속·정확한 사격 능력, 우수한 기동력을 뽐내며 세계 최고 수준의 무기임을 입증했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명품’이어도 운용부대의 꾸준한 관리와 탁월한 임무 수행 능력이 없다면 고철에 불과하다. 육군5포병여단 1포병단 비룡대대는 K9 자주포를 제대로 활용하고자 장병들의 전술 능력 극대화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기자는 16일 전개된 비룡대대의 K9 자주포 사격훈련을 A부터 Z까지 참가했다. K9 자주포의 진면모를 보여주기 위한 장병들의 숨은 노고를 소개한다.

 

글=김해령/사진=한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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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김해령 기자가 K9 자주포 1번 포수 임무를 수행하며 포구에 차폐물이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

 

강추위 뚫고 장약통 운반 구슬땀

 

‘비가 내리고 싹이 튼다’는 우수(雨水)를 사흘 앞둔 것이 무색하게 한파가 찾아온 16일. 강원도 철원군 포병사격훈련장 일대는 동이 채 트지 않은 새벽임에도 분주했다. 오전 8시에 시작하는 K9 자주포 사격훈련을 준비하는 5포병여단 1포병단 장병들의 움직임 때문이다. 기자가 사격훈련 체험을 위해 오전 5시50분경 훈련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포병단 본부를 비롯한 5개의 사격지휘소가 구성된 상태였다. 비룡대대 사격지휘소는 K77 사격지휘장갑차에 외부 천막을 이어 설치한 모습이다. 내부에는 테이블과 모니터, 육군전술지휘정보체계(ATCIS) 등이 놓여 있었다.

 

오전 6시가 되자 지휘소에서 장약과 뇌관 불출을 명령했다. 기자도 비룡대대 3포반에 합류해 장약통 운반을 도왔다. 장약은 포탄을 날려 보내는 추진 화약이다. K9 자주포는 사수가 격발 버튼을 누르면 해머·공이가 뇌관을 장약에 밀어 넣은 뒤 점화해 장약의 추진력으로 포탄을 쏘는 방식으로 발사된다. 이날 사격에 쓰이는 장약 종류는 5호 장약이다. 장약 호수는 작전, 목표 사거리에 따라 달라진다. 8호 장약까지 있으며, K9 자주포의 경우 최소 장약이 5호다. 5호 장약 7개가 들어 있는 장약통 1개의 무게는 13.4㎏. 무게도 무게지만, 급격히 추워진 날씨에 장약통 표면이 얼음처럼 차가워져 장갑을 껴도 손이 시렸다. 3포반 3번포가 이날 발사할 포탄은 6발이다. 3번포는 정밀 조준을 위해 수정탄 3발을 쏘기 때문에 다른 포보다 장약을 더 챙겨야 했다. K9 자주포는 한 발당 장약 한 통을 모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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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 5명, K9 안에서는 ‘한 몸’

 

포별로 각자 사용할 장약과 뇌관 등의 불출이 완료되면 사격 전 마지막 안전 점검이 이뤄진다. 훈련 1~2주 전부터 이미 자체 기능 점검, 포 방렬 때 오차 확인 등을 실시했으나 안전과 사격 정확도 상승을 위해 최종적으로 점검하는 절차다. 특히 주둔지에서 훈련장까지 기동하면서 발생하는 미세한 포신 등의 움직임도 이 과정에서 바로잡는다.

 

점검이 끝날 무렵인 오전 6시40분이 되자 식사 시간이 주어졌다. 3포반 장병들은 실전처럼 전투식량을 자주포 내부와 인근에서 먹었다. 기자도 장병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추운 겨울에 금방 따뜻해지는 전투식량은 말 그대로 ‘선물’ 같았다.

 

이후 장병들은 장약과 신관 조립 명령이 하달되기 전까지 K9 자주포 안에서 대기했다. K9 자주포 승무원은 포반장, 사수, 부사수, 1번 포수, 조종수 등 5명이다. 다섯 명의 장병들은 절도있는 움직임과 달리 표정은 편안해 보였다.

 

문해찬(하사) 포반장은 “반복된 훈련으로 포반원들이 K9 자주포에서 대기하는 게 익숙해졌다”며 “자주포 안에서는 5명이 ‘한 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내부에 머무는 동안 문 포반장이 K9 자주포 사격준비 절차를 설명해줬다. 특히 1번 포수의 역할을 중점으로 알려줬다. 기자는 1번 포수 자리에 위치해 문 포반장의 지시·설명에 따라 ‘차폐 제원 확인’을 했다. 양손을 주먹 쥐어 턱밑에 고정한 뒤 포구에 차폐물(가려 막거나 덮는 물건)이 없는지 확인하는 행동이다. 사격이 끝나고도 포구에 포탄이 무사히 잘 나갔는지 보기 위해 같은 절차를 반복한다. 이어 포탄을 자동으로 장전하는 순서를 배웠다.

 

 

복잡한 사격 제원 산출도 ‘척척’

 

실제 사격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동참하지 않았다. 기자는 포대 사격지휘소를 찾아가 사격 제원 산출 과정을 참관하기로 했다. 사격지휘소에서는 사격지휘장교 명령을 받은 사격지휘병이 자동과 수동 두 가지 방법으로 사격 제원을 산출한다.

 

K77 사격지휘장갑차에 설치된 전술사격지휘통제체계(BTCS)는 자동으로 제원 계산을 해주는 일종의 컴퓨터다. 이를 담당하는 계산병을 ‘컴(COM)’이라고 부른다. 직접 사격 제원을 계산하는 병사는 수평·수직 통제병이다.

 

사격 제원 산출은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다. 정확한 사격을 위해 그날의 온도, 공기 밀도, 심지어는 장약통 온도까지 고려해 계산한다. 장약 온도가 높을수록 사거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즉 이날처럼 추운 날씨에는 장약 온도가 낮아 사거리가 짧아지므로 포신 각도를 올려야 한다. 김정민 일병은 “세 번째 훈련이지만, 막중한 임무에 훈련이 실전처럼 이뤄져 긴장된다”며 “하지만 그동안 배우고 익힌 대로 실수 없이 수행해 훈련을 끝마칠 것”이라고 다짐했다.

 

 

강력한 화력 자랑하는 ‘명품’ K9

 

“사격 명령 하달!” 산출된 제원에 따라 사격 명령이 떨어지자 8m에 달하는 K9 자주포 포신이 고개를 들었다. 명령은 3포반이 담당하는 3번포에 가장 먼저 하달됐다.

 

문 포반장이 “사격 준비”라고 말하자 포수가 포탄을 이송기에 올려놨다. 장전기로 옮겨진 포탄은 포구 안으로 밀어졌고, 부사수가 장약을 넣은 뒤 폐쇄기를 닫았다. 이 시각 사격지휘소 BTCS에는 문 포반장이 보고한 ‘3번포 사격 준비 완료’ 메시지가 떴다.

 

“사격 개시!” “쏴!”

 

붉은 화염과 함께 포구를 벗어난 포탄은 13㎞ 떨어진 산 능선 넘어 표적을 향해 날아갔다. 표적에서 500m 떨어진 관측소는 포탄이 도달한 지점을 확인하고, 사격지휘소로 보고했다. 사격지휘소는 오차를 수정한 제원을 3번포에 다시 하달했다. 그렇게 총 세 번의 수정탄을 발사하고 확실한 사격 제원이 정해졌다. 곧이어 모든 포를 동시에 발사하는 ‘효력사’가 펼쳐졌다. 효력사는 모든 포가 한 지점을 향해 같은 제원으로 쏘는 사격이다. “준비! 3, 2, 1, 쏴!”

 

황은호(중위·진) 전포대장의 명령이 무전기를 통해 각 자주포 내부에 울려 퍼졌다. “쾅-쾅-쾅!” 황 중위(진)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자주포 6문이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이날 훈련에는 비룡대대를 포함한 1포병단 예하 4개 대대에서 K9 자주포 24문과 장병 400여 명이 투입됐다. 앞서 포병대대들은 적의 동시 다발 포격 도발 등을 가정해 임무 수행 능력을 세부적으로 검증·숙달했다.

 

박준민(대위) 포대장은 “평소 훈련한 대로 실사격을 준비했다”며 “이번 혹한기 전술훈련을 디딤돌 삼아 전투 수행 능력을 더욱 끌어올려 ‘철의 삼각지대’를 굳건히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해령 기자 < < mer06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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