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적재실 내부까지 빨려 들어가 '동시다발 결함' 일으켜
공군, 美제작사와 보완대책 협의키로…내주부터 비행은 재개
[방위산업전략포럼] 장상호기자 = 올 초 기체 이상으로 활주로에 동체착륙한 F-35A 첨단 스텔스 전투기가 하마터면 추락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군은 지난 1월 4일 서산기지에 비상착륙한 F-35A에 대한 기체 이상 원인 조사 결과 무게 10㎏의 독수리와의 충돌이 주된 원인인 것으로 규명됐다고 3일 밝혔다.
공군에 따르면 F-35A는 공대지 사격임무를 위해 청주기지를 이륙한 뒤 사격장 진입을 위해 약 330m 고도에서 비행하던 중 좌측 공기흡입구에 수리과 대형 조류인 독수리가 충돌했다.
특히 독수리가 충돌 뒤 흡입구와 무장적재실(Weapon Bay) 사이에 있던 기체 격벽(차단벽)까지 뚫고 내부로 빨려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충돌한 독수리는 보통 철원, 파주 등에 서식하지만, 최근 먹이 부족 등으로 남하하면서 한반도 전 지역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F-35A가 시속 900㎞의 빠른 속도로 비행 중이었던 데다 무게가 10㎏에 달하는 대형 조류가 흡입구에 빨려들면서 격벽을 뚫을 정도로 충격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공군 관계자는 "연료를 탑재해 20t이 넘는 항공기가 10kg 조류와 충돌하며 받는 충격량을 환산해보니 약 30t이었다"고 설명했다.
무장적재실은 항공기 무장을 탑재하는 공간으로 내부 격벽에 랜딩 기어(착륙장치) 작동 유압도관, 전원공급 배선 등이 함께 배치되어 있다.
실제 충돌로 무장적재실 내부의 랜딩기어 작동 유압도관과 전원 공급배선 등이 다수 파손되면서 조종·항법계통 성능 저하, 랜딩 기어 미작동 등 동시다발적인 결함을 일으킨 것으로 확인됐다.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셈이다.
당시 조종사인 배 모 소령은 항공기 결함을 인지한 직후 비상상황을 선포하고, 인구밀집지역을 회피해 서해상을 따라 비상착륙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던 상황에서 조종사는 서해 해안선을 따라 공군 서산기지로 접근해 활주로에 동체착륙했다.
동체 착륙은 비행기의 동체를 직접 활주로에 대어 비상착륙하는 방식으로, 고도로 숙련된 조종술과 화재방지 대책이 필요하다.
공군 관계자는 "조사 결과 조류충돌로 인해 손상된 점 이외에 항공기 결함이나 조종사 실수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공군항공안전단 안전조사실장(전문군무경력관 가군 이성열)을 단장으로 하고, 비행·정비·항공관제 분야의 국내 전문요원 12명과 미 정부·미 공군·항공기 제작사 관계자 14명 등 총 26명으로 한미 공동 조사단을 구성해 실시됐다.
사고 현장과 항공기 잔해 조사, 비행기록장치의 비행자료와 관제레이다 항적 자료 분석, 임무 조종사의 진술 분석 등이 이뤄졌으며, 충돌한 조류 종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생물자원관에 유전자 검사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은 "모든 조종사 및 정비사를 대상으로 유사 상황 재발 시 안전한 처치를 위해 조사 결과 전반에 대해 교육을 시행하고 비행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행은 이달 둘째 주부터 재개된다.
아울러 F-35A 무장적재실 내 이물질로 인한 충격 시 손상을 최소화하고, 유사시 랜딩기어의 정상적인 작동과 보조 작동 시스템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항공기 제작사 측과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공군은 전했다.(연합뉴스 202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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